[인물레이더]獨 헬무트 콜총리 『이래서 정치9단』

  • 입력 1996년 10월 28일 20시 28분


「본〓金昶熙특파원」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사진)가 노사 양측에서 공박받으면서도 흔들리는 기색이 없어 「역시 헬무트 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콜총리는 최근 전국사무직노조 총회장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았다. 이례적으로 노조 총회에 참석한 콜 총리는 연설에서 첨예한 현안이 돼온 병가(病暇)때의 임금삭감법에 대해 『이는 결코 단체협상에 개입하려는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병가기간중 과거 100% 지급하던 임금을 80%까지 낮출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긴 했지만 「임금협상은 노사 자율원칙에 따르는 것」이라며 슬쩍 발을 뺀 것이다. 법개정은 이미 관철한만큼 다음 단체협상부터는 새 법이 적용되므로 노조측에 인심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인 것이다. 노조가 그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반면 기업체들은 자신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법을 개정한 콜 총리가 이제와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간 속이 상하는 게 아니다. 『콜 총리가 해당법안을 처리해 놓고서 개별기업에 이 법을 강제 적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볼멘 소리가 경영자단체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콜 총리는 『오히려 유럽단일통화 실현을 위한 재정절감과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같은 일련의 드라이브가 절실하다』는 자세다. 노사양측의 공박이 있어도 가슴 속의 말을 모두 쏟아내는 여유는 그가 어떻게 14년간 연속집권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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