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재산실사 이래서야

  • 입력 1996년 10월 26일 20시 16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신고를 불성실하게 한 현역의원 6명을 비공개경고 및 시정조치토록 한 것은 한마디로 희극이다. 3천만원 이상 재산을 신고누락한 의원이 49명이나 되는데도 40여명은 봐주고 그나마 경고대상 6명의 이름도 밝히지 않겠다니 무엇 때문에 요란스럽게 실사(實査)를 했는지 웃음이 난다. 이런 식의 유명무실한 실사라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원들의 변명도 구차하기 그지없다. 아내가 통장을 갖고 있는 것을 몰랐다거나 은행대출금을 갚기 위한 돈이라 신고를 안했다는 식이다. 재산이 얼마나 되기에 남편도 모르게 아내 통장에 수천만원 이상이 입금돼 있으며 은행빚을 왜 갚지 않고 있었는지 물어보기조차 창피하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공직자윤리법 규정을 잘 몰라 신고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더욱 씁쓸한 것은 국회 윤리위원 9명중 4명이나 되는 현역 국회의원 일부가 불성실 신고자들을 감싸주고 이름을 공개하지 말자고 결사적으로 우겼다는 점이다. 서로 봐줄 양이면 애초부터 실사를 하지 말든지 3개월동안 수많은 인력과 경비를 들여 잘못을 파악해놓고 끝판에 대충 덮어주자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매번 이 모양이니 국민들이 이른바 지도층이란 사람들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리위의 재산실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런 일은 이젠 정말 고쳐야 한다. 허위신고 축소신고를 한 사람은 마땅히 책임을 물어 공직에서 추방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윤리위원 전원을 외부인사로 충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봄 직하다. 국민들은 부정척결 등 개혁을 입으로만 외치는 게 아니라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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