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PC통신서 사랑 맺은 손경민-안혜영씨

  • 입력 1996년 10월 26일 20시 15분


「洪錫珉기자」 가상공간인 PC통신에서 만난 사랑은 번개처럼 빨랐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손경민씨(29·삼성전자 자동화연구소)가 안혜영씨(28)를 만난 것은 지난해 7월말. 『PC통신 대화방에서 처음 만났죠. 유난히 타자 속도가 늦더군요. 순간 「완전 초보」라는 생각이 들어 접근했습니다』 『남편은 당시 완전히 컴퓨터 도사였어요. PC를 오랫동안 사용해서 타자 속도도 빠르고 능수능란하더군요』 PC통신 이용법을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며 접근한 손씨의 작전이 보기좋게 성공했다. 불과 한시간 뒤. 두사람의 관계는 대화방을 빠져나와 직접 전화를 하는 관계로 급진전했다. 전화로 대강 인적사항을 파악한 다음날 두 사람은 「번개팅(통신인끼리 만나는 미팅)」을 갖는데 성공. 『아내를 처음 본 순간 「내 타입이다」라는 느낌이 쫙 오더군요』 그로부터 겨우 일주일 뒤. 손씨는 안씨에게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제의했다. 말 그대로 「번개 청혼」이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현실 공간에서 장벽에 부닥쳤다. 만난지 한달도 안돼 손씨가 1년동안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것. 『하지만 태평양도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을 순 없었어요』 현실 공간에서 헤어져 있는 것이 가상 공간에선 오히려 서로의 사랑을 무르익게 한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다. 둘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매일 만나 안부를 묻고 사랑의 밀어를 나눴다. 기나긴 헤어짐 끝의 재회. 손씨는 정확히 11개월만인 지난 7월21일 귀국했고 두달후인 지난달 15일 두 사람은 또다시 「번개」처럼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한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현실 공간에서 하나가 된 둘은 이제 더 이상 가상공간에선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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