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종반판세]느긋한 클린턴-초조한 돌

입력 1996-10-24 20:17수정 2009-09-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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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李載昊특파원」 10월 들어 공화당 보브 돌 후보의 말투는 거칠어졌다. 클린턴을 꼬박꼬박 「대통령」이라고 호칭했던 그가 지금은 「클린턴, 그 친구」라고 부른다. 유세의 대부분이 클린턴의 도덕성을 비난하는데 주어진다. 지난 14일 클린턴은 뉴멕시코의 앨버커키에서 유세 도중 잠시 짬을 내 골프를 했다. 그날 따라 성적이 좋았던지 클린턴은 자신이 83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클린턴은 평소 85∼87타를 친다). 돌은 이 스코어까지도 문제삼았다. 『클린턴이 평소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데 83타를 쳤다고 한 그의 말 또한 어떻게 믿겠느냐』는 얘기였다. 클린턴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모욕이었다. 돌의 독설과 비아냥은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가 상당히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음을 의미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아니고서는 대통령의 골프 스코어를 시빗거리로 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돌은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클린턴에게 최고 20%까지 뒤져 있다. 23일자 유에스에이 투데이지와 CNN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돌의 지지율은 33%로 클린턴의 52%에 멀리 뒤떨어져 있다. 선거인단 수에 있어서도 클린턴은 돌 보다 한참 앞서 있다. 뉴욕 타임스지의 집계에 따르면 클린턴 쪽으로 기운 선거인단은 3백25명으로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수(2백70명)를 이미 넘어섰다. 돌 쪽으로 기운 선거인단은 1백1명. 돌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의 선거자금 불법수수 시비도 그 파장이 기대했던 것 보다 크지 않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기업으로부터 수만달러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아서 문제가 된 이 사건에 대해 유권자들은 의외로 관대하다. 뉴스위크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는 선거자금 불법수수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답한 반면 35%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의 기업으로 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에 돌의 측근들은 이를 「인도게이트」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인도게이트가 선거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돌에게 기사회생의 수는 없는 것일까. 92년 대선 때 댄 퀘일 부통령후보의 홍보 참모를 지냈던 제프 네스빗은 여론조사란 믿을 게 못되기 때문에 돌이 클린턴과 적어도 백중한 게임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정후보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정한 「등록된 유권자」가 아닌 부동층 유권자의 향배에 열쇠가 달려있다고 전제하고 이들은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에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돌이 앨라배마 알래스카 미시시피주 등 남부와 서부의 15개주에서 승리가 확실하고 애리조나 콜로라도 인디애나 켄터키주 등 10개주에서 클린턴과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2백1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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