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황선홍 감독, 각별한 인연
양팀 모두 정상급 선수 대거 영입
각각 제주-포항 상대 오늘 첫 경기
김기동
황선홍2012년 3월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김기동(53·현 FC서울 감독)의 은퇴식. 당시 포항 사령탑이었던 황선홍 감독(57·현 대전 감독)은 유럽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는 김기동을 꼭 끌어안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황 감독은 취재진에게 “기동이의 성품을 봤을 때 덕장(德將)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철인’으로 불린 김기동은 2011년 포항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의 배려 속에 필드플레이어 최초로 프로축구 500경기 출전(통산 501경기)의 대기록을 세운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25년. 둘은 15일 개막하는 올 시즌 K리그1(1부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사령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의 서울과 황 감독의 대전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선수를 영입해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
2019년 포항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서울을 이끌고 있다. 황 감독은 부산(2008∼2010년), 포항(2011∼2015년), 서울(2016∼2018년) 등을 거쳐 지난 시즌 도중 대전 지휘봉을 잡았다. 두 감독은 지난해 K리그1에서 처음 대결해 1승 1패를 기록했다.
황 감독은 13일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포항 감독 시절 (김 감독이) 500경기를 뛸 수 있게 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지도자가 된 김 감독과의 대결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김 감독은 “황 감독님은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반가운 선배다. 하지만 운동장에선 당당히 승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 걸쳐 리그 정상급 선수를 영입해 4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서울은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김진수(33)와 공격수 문선민(33), 지난해 수원FC에서 ‘커리어 하이’(11골 6도움)를 기록한 미드필더 정승원(28)이 합류했다. 이들은 “김 감독님께 배우고 싶어서 서울로 왔다”고 입을 모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선수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4위를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엔 지난 시즌보다 팀이 높은 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승’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서울과 3년 계약을 했는데 임기 내에 팀을 정상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는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지난해 6월 강등권(당시 11위)에 있던 대전을 맡은 황 감독은 최종 8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팀의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황 감독은 지난해 4월 자신이 맡은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지도자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대전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는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동계 훈련 때 선수들과 함께 많은 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은 2023시즌 득점왕(17골)인 공격수 주민규(35)를 품었다. 여기에 베테랑 수비수 임종은(35) 등을 영입해 수비진도 강화하면서 우승 경쟁에 나설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황 감독은 “작년에 강등권에 놓이기도 했던 팀이 높게 평가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팬들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시즌을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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