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정몽규 영향력 엄청나…문제 생기면 곧장 문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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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19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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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2.8. 뉴스1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2.8.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약 한 달 전 진행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돈독한 관계였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회 내내 졸전에 그쳤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AFC) 결과와 팀 내 내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끝에 지난 16일 경질됐다.

경질 이후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충돌이 대회 탈락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클린스만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일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도 선수탓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달여 전 클린스만 전 감독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직접 선임했던 정 회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언급한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현 UAE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클린스만을 선발했다면서, 친분을 바탕으로 한 선임이 아니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슈피겔 기사를 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 회장을 어떤 존재로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슈피겔의 마르크 후여 기자는 지난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등지에서 여러 차례 클린스만 전 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여 기자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한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현대가(家)의 정 회장에 대해 열렬한 지지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슈피겔에 “(한국 축구계에서)정 회장과 현대의 영향력은 말도 안 된다. 엄청난 수준”이라며 “나 역시 문제가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로 연락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가진 뒤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2024.2.16.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가진 뒤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2024.2.16. 뉴스1
한국 체류시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머물렀던 클린스만은 “정 회장의 사무실이 자신의 숙소에서 ‘5분 거리’”라며 “어려운 시기에 곁을 지켜줄 동맹이 필요하다”고 돈독한 관계를 에둘러 표현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특정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동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2006년 독일 축구 대표팀을 이끌때도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으로 자주 돌아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독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독일 총리로 16년을 재임한 메르켈은 지난해 4월 특별공로 대십자 훈장 수여식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초청할 정도로 둘의 관계는 돈독했다.

한편, 슈피겔은 클린스만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는 과정 속에도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축구협회 차원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감독 선임 프로세스가 가동된 게 아니라 정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 회장과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은 클린스만의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다.

이후 두 사람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한국은 16강전에서 브라질에 패했고 벤투 전 감독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감독을 찾고 있냐”고 농담조로 물었는데, 정 회장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다음날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감독 선임과 관련해 논의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은 당시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몇 주가 지난 뒤 정 회장이 실제 연락해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정 회장과의 친분으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임된 셈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2.13. 뉴스1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2.13. 뉴스1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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