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장갑 품은’ 김하성 “멀티 포지션 싫었는데…성장 발판됐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0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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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한국인 선수 중 최초로 MLB 골드글러브 수상
"반짝 아니라는 것 증명할 것…앞으로도 계속 받고파"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MLB) 황금장갑을 품은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반짝이 아니라는 걸 계속 증명하고 싶다”며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김하성은 20일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골드글러브 수상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골드글러브는 공격이 아닌 수비 실력만 평가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권위의 상이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 김하성은 지난 6일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수상을 하게 돼 정말 영광이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친구들과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한국인 선수가 골드글러브를 거머쥔 건 김하성이 처음이다. 아시아 전체로 봐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10년 연속 받은 스즈키 이치로(일본)에 이은 두 번째다.

아시아 내야수 부문만 놓고 보면 김하성이 최초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에게 높은 벽이었던 빅리그 내야에 대한 벽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수상이다.

김하성은 미국 진출 3년 차인 2023시즌 152경기를 뛰며 타율 0.260,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의 성적을 냈다. 수비에서는 2루수와 3루수, 유격수 부문을 두루 소화했다. 2루수로 106경기 856⅔이닝을 뛰고 3루수로 32경기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 153⅓이닝을 책임졌다.

지난해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됐지만 수상이 불발된 김하성은 올해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2루수 황금장갑은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에 내줬지만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는 놓치지 않았다.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밀어내고 당당히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김하성은 “두 부문 다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은 뒤 “메이저리그에서도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기대와 가치가 높아졌다. 2루수 부문도 좋지만 유틸리티 부문 수상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골드글러브를 받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은 김하성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수비라고 생각한다. ‘반짝’으로 받은 게 아니라는 걸 계속 증명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 다음은 김하성과 일문일답.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은.

“한국인 최초로 받게 돼 정말 영광이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친구들과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두 개 부문 후보에 올라 2루수는 수상 실패했다. 유틸리티 부문 수상 후 감정은.

“지난해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는데 수상을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발표할 때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많이 울려서 깼더니 수상했다고 하더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으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거 같다. 2루수에서 못 받고 엄청 긴장하고 있었을 거 같은데 자고 있길 잘한 거 같다.(웃음)”

-어느 부분이 유력하다고 생각했나.

“둘 다 받았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었다. 2루수도 좋지만 유틸리티 자체가 예전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멀티플레이어에 대한 기대와 가치 높아졌다.”

-올 시즌 초 유격수 잰더 보가츠 합류해 2루로 포지션 옮기며 부담 없었나.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포지션을 가릴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구단에도 ‘포지션보다는 출전 시간이 더 중요하다, 어디든 나가면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잘 도와줘서 2루수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거 같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함께 뛴 에드먼과 같이 후보에 올랐었는데.

“에드먼은 WBC때도 가깝게 지냈다. 경기 때 만나면 반갑게 이야기를 했다. 축하한다는 말도 했다.”

-수상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는.

“기대도 많이 했지만,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했다. 수상하고 나서는 욕심이 생긴다. 내년 시즌도, 앞으로 시즌 때도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운동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밥 멜빈 감독님께 받은 축하다. ‘내가 만나본 선수 중에 손에 꼽을 많아 선수였다. 같이 해서 좋았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틸리티 후보들이 쟁쟁했는데, 수상하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다들 너무 좋은 선수들이라 걱정하기도 했는데, 수비 수치로 내가 더 좋지 않았나 싶다. 한국과 다르게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수비만 보기 때문에 수비 지표가 그 선수들보다 좋아서 받은 거 같다.”

-한국과 미국의 수비 지향성이 다르다고 하는데 직접 겪어본 느낌은.

“미국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그래서 맨손 캐치 같은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나도 기본기에만 집중했던 거 같다. 미국에 가면서 원 핸드 캐치를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듣고 훈련했더니 경기 때 응용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메이저리그 그라운드가 더 좋은 부분도 있다. 그런 게 겹치면서 한국보다 미국에서 수비가 더 좋아진 것 같다.”

-멘털적으로 올 시즌 가장 영향 준 건.

“박찬호 선배랑 말하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평생 운동하면서 ‘업다운’이 있다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첫 해 내 커리어 중 가장 힘든 시간 보탤 때였는데 박찬호 선배가 ‘올라간다기보다 꾸준히 나아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 다음부터는 ‘나아간다, 안 되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시작해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긴 시즌을 치르면서 ‘시즌 동안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여기게 된 게 도움이 됐다.”

-시즌 동안 세 포지션을 봤는데 좋은 수비를 할 수 있던 비결은.

“사실 예전에는 멀티 포지션이 엄청 싫었다. 고등학교 때도, 프로에서도 유격수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안 돼서 고등학교 때도 프로에서도 여러 포지션을 봤다. 당시에는 싫었는데 그 부분들이 내가 메이저리그에 간 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들이 내가 성장하는데 엄청난 발판이 됐던 것 같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 중 가장 어려운 포지션은.

“개인적으로 3루수가 어렵다. 타구가 너무 빠르다. 타자가 치는 각도도 잘 안 보여서, 3루수로 나가면 엄청난 긴장과 집중력을 써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인 것 같다.”

-첫 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은.

“훈련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빠른 볼을 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수비는 그때도 자신 있었는데 공격에서 내 문제점이 많이 나타났다. 부딪혀야 된단 생각으로 기계 볼을 시속 160㎞에 맞춰놓고 계속 쳤다. 엄지손가락도 많이 부었다. 그런 열정들이 도움이 됐다.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다고 생각하다보니 아웃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수비 지표도 더 좋아진 것 같다.”

-내년 골드글러브, 실버 슬러거 동시 수상 욕심나나.

“받으면 좋겠지만, 실버 슬러거를 받기에 타격에 대한 부분은 내가 너무 부족한 거 같다. 내년에도 자신 있게 한 시즌 치를 생각이다. 받기 힘들겠지만 (올해) 후보에 한번 올라봤으니 더 노력해보겠다.”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득표했는데.

“투표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웃음) 사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득표한 것도 나에겐 큰 자부심이 됐다.”

-목표로 두고 있는 골드글러브 포지션이 있나.

“포지션에 상관없이 골드글러브는 항상 받고 싶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수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짝으로 받은 게 아니라는 걸 계속 증명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설이 많은데.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트레이드 된다는 건 다른 팀에서 내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이든 내 출전시간 주어지면 상관없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샌디에이고가 좋다.(웃음)”

-타격 위해 비시즌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장타를 더 치고 싶다고 했는데 조금 아쉬웠다. 마지막 한 달이 나에겐 정말 힘들었는데 체력적으로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조금 더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도록 집중하려고 한다. 아직 타격에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꾸준하게 땀을 더 흘려야 하지 않을까.”

-내년 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기대감도 있을 텐데.

“나에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안 중요했던 해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해오던 대로 최선 다해 잘 준비할 거다.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지는 해가 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한국에서 한다.

“한국에서 처음 하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내가 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다. 앞으로도 메이저리그가 한국에서 이런 대회를 했으면 좋겠다. 어린 친구들이 야구장을 많이 와서 경기를 보면 또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면 꿈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두 경기를 하는데 한 경기에서 안타 하나씩이라도 쳤으면 좋겠다.”

-앞으로 목표는.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 이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정말 영광이다. 많은 팬들께서 새벽에도 일어나 응원해주시고 그런 응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내년에도 다치지 않고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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