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마스터스마라토너 1만1000명이 8일 서울 도심 속에서 열린 2023 서울달리기(서울시·동아일보 공동 주최)에서 마라톤 축제를 벌였다.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를 출발해 광화문광장과-경복궁-청와대-숭례문을 지나 청계천을 거쳐 무교로로 골인하는 코스는 서울의 대표 명소를 지나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11km, 하프코스 두 부문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28개국 외국인도 89명 참가했다.
올 가을학기부터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마리아 가르세스 씨(22·스페인)는 함께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온 스페인 친구들 네 명과 11km를 완주했다. 평소 신촌, 홍대 지역을 함께 다녔던 친구들은 “관광으로 왔던 경복궁을 지나서 신기했다. 또 후반부에는 서울타워를 바라보면서 뛸 수 있어 좋았다”며 “코스가 너무 멋있었고 대회의 분위기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늘 대회 때문에 너무 일찍 일어났다. 어서 ‘시에스타’를 하러 가야겠다”며 떠났다.
외국인 참가자 중 3명은 부문별 5위 안에 들어 시상대에도 섰다. 남자 11km 3위를 차지한 테오 코베지에 씨(28·프랑스)는 지난해 길에서 우연히 서울달리기 대회를 보고 올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 거주 3년차 복싱 트레이너인 그는 “러닝 대회에 나와본 건 처음”이라며 “코스가 정말 좋았다. 평소에는 남산 오르막길을 자주 뛰었다. 오늘 코스는 주로 걸어다녔던 곳인데 날씨도 좋고 풍경도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뛰려고 했는데 수상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레이스 출발지인 세종대로, 도착지점인 청계천 무교로는 평소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찾는 곳이다. 이날도 지난해 코베지에 씨처럼 우연히 대회 현장을 지나게 된 외국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대회 참가자들이 달리는 여유롭게 바라보거나 휴대전화로 영상에 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프코스 여자 3위에 오른 파티마 플로레스 씨(32·멕시코)는 한국에 도착한 지 약 한 달 만에 바로 메달을 땄다. 멕시코 내 한국 기업 취업을 위해 지난 달부터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플로레스 씨는 “멕시코시티에서 러닝을 꾸준히 했다. 대회에도 여러 번 나갔었지만 입상한 건 처음이다. 아마 살던 곳이 고산지대였던 게 도움이 된 듯 하다”며 웃었다.
이어 “한국에 와서도 계속 뛰려고 도착하자마자 달리기 대회를 찾아 등록했는데 좋은 추억을 남기기게 됐다. 특히 대회 초반 광화문, 경복궁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
서울달리기는 친숙하고 쉬운 코스로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회다.
이날 김영미 씨(35)는 남편과 세 아이를 데리고 뛰었다. 광화문 광장 부근에서 막내 박상현 군(6)을 잠시 업은 채 달리기도 한 김 씨는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 잠깐만 업었다”고 웃으며 “출산 전에는 달리기를 좀 했었다. 마침 회사 주변에서 대회가 열려 아이들 경험을 위해 참가했다. 애들이 제대로 연습해본 적이 없어 이번에는 완주를 못했는데 다음엔 연습을 하고 나와 아이들도 정식으로 함께 뛰고싶다”고 했다.
역시 직장이 광화문 주변인 이지빈 씨(45)도 완주 후 서울광장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영양젤을 나눠먹으며 “다 좋았다. 특히 평소 출근길을 뛴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 씨는 가입한 지 4개월 된 반포러닝클럽 회원 12명과 이번 대회를 함께 나섰다.
도착지인 무교로에서는 참가자, 가족, 친구들의 환호로 가득찬 축제가 이어졌다.
권현성 씨(29)는 남자친구 김동훈 씨(30)와 ‘완주 기념샷’을 남긴 뒤 간식으로 받은 빵을 베어물었다. 권 씨가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건 이날이 처음, 남자친구 김 씨는 네 번째였다. 김 씨는 “여자 친구는 최근에 만나서 대회에서 함께 달린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은 함께 달리기 대회에 나오고 싶다”고 했다. 권 씨는 “끝까지 못 뛸까봐 걱정이 많았다. 중간에 고비도 많았는데 오빠가 페이스를 잘 맞춰준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며 “경복궁을 지날 때 너무 좋았다. 평소에는 차가 많은데 사람 없는 곳을 뛰니 기분이 색달랐다. 아침부터 건강한 데이트를 했다”며 웃었다.
골인지점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바빴던 이들 중에는 심용섭(65)-심재하(40) 부자도 있었다. 아버지 심 씨는 ‘서브3(마라톤 풀코스 3시간 이하 완주)’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20여년간 마라톤을 즐겨온 베테랑 러너다. 그러나 부자가 함께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건 10년 만이었다. 아들 심 씨가 육아로 바빴기 때문이다.
아들 심 씨는 “내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아버지는 풀코스를, 저는 10km를 신청한 상태였는데 저도 오늘 10km 기록이 생겨서 아버지와 풀코스에 함께 뛰어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날 출발지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 회장, 최호준 데상트코리아 상무, 이진숙 동아오츠카 상무, 김재호 동아일보 회장, 이인철 스포츠동아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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