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복수’ 한국 롤, 중국 완파하고 대만과 AG 왕좌 다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8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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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국가대표 선수들이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단을 이끄는 김정균 국가대표 감독(오른쪽 위)이 마이크를 통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김 감독의 손에는 상징과도 같은 수첩이 들려 있다. 항저우=뉴스1
한국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국가대표 선수들이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단을 이끄는 김정균 국가대표 감독(오른쪽 위)이 마이크를 통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김 감독의 손에는 상징과도 같은 수첩이 들려 있다. 항저우=뉴스1
2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한국과 중국의 준결승전이 열린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의 모습. 롤 세계 양강인 한국과 중국의 ‘사실상 결승전’을 보기 위해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항저우=뉴스1
2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한국과 중국의 준결승전이 열린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의 모습. 롤 세계 양강인 한국과 중국의 ‘사실상 결승전’을 보기 위해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항저우=뉴스1
명예 회복의 기회를 얻기까지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한국 대표팀이 ‘시범종목 챔피언’ 중국을 완파하고 아시안게임 롤 최초 금메달 획득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 롤 대표팀은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3전 2승제)에서 우승 후보 중국을 2-0으로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e스포츠가 시범종목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결승에서 중국에 1-3으로 지며 준우승했다.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대회 주최국인 중국에 5년 전 복수를 함과 동시에 ‘아시안게임 롤 초대 챔피언’ 자리까지 1승 만을 남겨두게 됐다.

롤은 톱, 정글, 미드, 바텀(또는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5개 포지션으로 팀을 꾸려 상대팀과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경기 중 각 포지션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게임 캐릭터를 ‘챔피언’이라 부르는데, 상대 챔피언을 되도록 많이 처치(킬·kill)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든 뒤 상대 본진(넥서스)을 제거하면 승리한다. 동료 선수의 킬을 도우면 어시스트(assist)가 올라가고 상대에게 처치당하면 데스(death)가 늘어난다.

한국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국가대표 선수들이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 임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우제, 서진혁, 정지훈, 박재혁, 류민석. 항저우=뉴스1
한국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국가대표 선수들이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 임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우제, 서진혁, 정지훈, 박재혁, 류민석. 항저우=뉴스1
1세트는 손쉬운 승리였다. ‘룰러’ 박재혁(한국 바텀)이 경기 시작 5분 55초 바텀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대규모 전투)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킬을 따냈다. 한국은 15분 24초경 3킬을 추가해 4킬 0데스로 앞서갔다. 19분경 ‘제우스’ 최우제(한국 톱)가 ‘나이트’ 줘딩(중국 미드)에게 데스를 내주며 중국 팀이 첫 킬을 올렸다. 7킬 5데스로 쫓기던 28분경 미드 라인에서 다시 한타가 벌어졌는데 이때 ‘카나비’ 서진혁(한국 정글)이 3킬을 몰아치며 중국 팀이 본진으로 쫓겨났다. 이후 박재혁의 2킬을 더한 한국 대표팀은 상대 넥서스를 29분 25초 만에 파괴하며 1세트 승리(12킬 5데스 33어시스트)를 확정지었다.

한국은 1세트 내내 중국을 압도했다. 롤에서는 각 선수들의 챔피언이 경기 중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며 강력해졌는지 보는 지표로 게임 중 벌어들인 ‘골드’의 양을 비교해보는데, 한국의 골드량은 1세트 내내 중국보다 많았다. 박재혁이 한국 대표팀의 1세트 전체 킬(12킬)의 절반에 달하는 6킬(0데스 5어시스트)을 기록하며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2세트 시작은 불리했다. 서진혁이 3분 30초경 바텀 라인에서 벌어진 교전 중 ‘엘크’ 자오자하오(중국 바텀)에게 1데스하며 중국이 세트 첫 킬을 따냈다. 한국은 이후 8분 25초경 톱 인근 교전에서도 3데스를 내줬다. 챔피언 성장 측면에서도 중국이 한국에 2000골드가량을 앞서면서 한국 대표팀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반전의 계기가 찾아온 건 경기 시작 18분경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1킬 4데스로 뒤진 이 시점에 드래곤을 처치하며 버프(buff·챔피언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를 얻었는데 당시 주변에서 한국을 괴롭히던 중국 팀에 대규모 역공세를 시작했다. 박재혁, 최우제, ‘쵸비’ 정지훈(22·미드)이 후퇴하는 중국 팀을 추격하며 연속 킬을 올려 4킬 4데스로 킬 스코어의 균형을 만들었다. 이후 기세를 올린 한국 팀은 골드량에서도 중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 중국과의 4강전에 임한 한국의 미드 선발 ‘쵸비’ 정지훈이 ‘룰러’ 박재혁(바텀)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유력 우승 후보 중국을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항저우=뉴스1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 중국과의 4강전에 임한 한국의 미드 선발 ‘쵸비’ 정지훈이 ‘룰러’ 박재혁(바텀)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유력 우승 후보 중국을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항저우=뉴스1
킬 스코어 역전을 일군 ‘결승킬’은 정지훈의 몫이었다. 4킬 4데스로 맞선 20분 50초경 톱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지에지에’ 자오리제(중국 정글)를 잡아냈다. 정지훈은 한국이 6킬 4데스로 앞선 29분경에도 톱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 중 자신의 챔피언인 탈리야의 궁극기(바위술사의 벽)를 활용해 상대 퇴로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한국이 ‘쐐기’ 2킬을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5분 55초경 바텀 라인에서 벌어진 교전도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이 5킬 4데스로 미세하게 앞서있던 당시 최우제가 홀로 상대를 제압해내는 솔로킬(solo kill)에 성공한 것. 여기서 데스한 ‘빈’ 천쩌빈(중국 톱)이 전투에 한동안 참여하지 못하면서 중국의 톱 라인이 비게 됐고,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추도 마침내 한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한국 팀은 13킬 6데스로 앞선 35분 56초경 미드 라인 근처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4킬을 더하며 중국 팀을 완전히 제압했다. 이후 36분 16초경 아무런 제지 없이 정문(미드 라인 입구)을 통해 상대 본진에 입성한 한국 대표팀은 경기 시작 36분 36초 만에 중국 팀의 넥서스를 파괴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2세트에서 18킬 6데스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시점 한국 팀의 골드량은 7만806으로 중국(6만2595)에 크게 앞섰다.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4강전에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진혁, 최우제, 정지훈, 박재혁, 류민석. 항저우=뉴스1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4강전에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진혁, 최우제, 정지훈, 박재혁, 류민석. 항저우=뉴스1
이날 ‘페이커’ 이상혁(27·미드) 대신 미드 선발로 나선 정지훈은 “2세트 초반에 내가 잘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면서도 “중국과의 대결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였는데 그런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금메달을 딴 게 아니다. 내일 최선을 다해 결승전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 한국 대표팀은 29일 오후 8시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 상대는 베트남을 2-0으로 꺾고 올라온 대만이다. 대만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강인 한국에 비하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중국을 준결승에서 꺾은 한국이 아시안게임 롤 초대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결승 출전 멤버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준결승에 선발로 나섰던 정지훈이 결승까지 책임질지, 그동안 출전이 뜸했던 이상혁이 결승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이 준결승까지 4경기 6세트를 치른 가운데 이상혁은 카자흐스탄전 1경기 1세트에만 선발로 나섰다. 중국과의 준결승을 포함해 이번 대회 나머지 3경기 5세트 선발은 정지훈이 맡았다.

이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혁은 “어제(27일)부터 약간의 감기 몸살이 와서 오늘 의무실에 갔다온 뒤 (준결승) 경기를 지켜봤다. 약을 먹으면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결승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라 생각한다”면서도 “(같은 포지션의) ‘쵸비’ 정지훈 선수가 잘하고 있다. 결승 출전 여부에 대해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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