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에 단식 치른 정현 “트라우마와 싸워…복귀에 의미”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26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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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 만의 단식 경기로 코트에 돌아온 정현(27)이 트라우마와 싸운 일을 고백했다.

정현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서울오픈 챌린저 단식 1회전에서 조던 톰프슨(호주·91위)을 상대로 0-2(2-6 4-6)로 패배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뒤 후련한 표정의 정현은 “이번 복귀를 선택하고는 통증이 없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스스로 싸웠다. 오래 걸렸지만, 돌아온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아프면 어쩌나 겁이 났다. 테니스는 너무 격한 운동이다. 경기를 몇 시간 할지도 모른다. 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마다 머릿속으로 ‘이렇게 동작하면 허리가 아플 텐데’, ‘이 공을 치면 아플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겁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정현은 약 2년 7개월 만에 단식 경기를 치렀다. 마지막 단식 경기는 2020년 9월 프랑스오픈 예선이다. 정현은 예선 1회전을 통과했으나 2회전에서 패배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 뒤로 정현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허리 부상을 털고 지난해 9~10월 ATP 투어 서울오픈 복식에 나섰던 정현은 권순우(당진시청)와 호흡을 맞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단식 출전은 허리 통증 재발로 무산됐다.

이번에 단식 복귀에 도전한 정현은 여전히 부상을 경계했다.

정현은 “최근 몇 년 동안 부상을 갖고 있었다. 이번이 처음 복귀가 아니다. 몇 차례 복귀를 시도했다. 이번만큼은 재활을 잘 해서 단식 경기를 나섰다”며 “지금 여기 앉아있을 때까지는 괜찮다. 내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도 몸이 괜찮다면 다시 한번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바뀐 자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현은 “서브 넣을 때나 백핸드 칠 때 허리가 안 좋았다. 허리 통증을 제일 적게 느끼도록 자세를 바꿨다”며 “이 자세에 아직 리듬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기분 전환에 힘쓰기도 했다. 그는 “하루하루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행동을 찾으려고 했다. 작은 행동으로 조금이라도 기분 좋아지고 심리적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다면 그 행동을 계속했다”며 “커피 맛은 모르지만,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잠깐의 과정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랜만의 복귀에서 경기를 다 소화한 점에 대해서는 감사해했다.

정현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코트에서 걱정스러웠던 면이 더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정상적으로 시합을 마무리한 점에 있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조금 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부분 말고는 다 좋았다”고 평가했다.

패인으로는 실전감각 부족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투어에서 복식에 한 번 나서기는 했지만, 단식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아무리 연습경기를 실전경기처럼 해도 실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오늘보다 잘 하기를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못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제일 아쉬운 점은 실전감각이 없어서 첫 세트 초반에 너무 크게 벌어진 점이다. 거기서 경기를 뜻대로 풀지 못했다”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현은 1세트에서 톰프슨에게 0-4로 끌려갔다. 2-5까지는 따라잡았지만, 정현은 결국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2-6으로 1세트를 내줬다.

현 상태를 두고 정현은 “몇 년 전과 비교해 100% 그때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80~90%까지는 근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또 “응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 머리까지 올라왔다. 경기는 졌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며 “팬은 제가 져서 서운할지 모르지만 저는 좋은 하루였다”고 웃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다음달 7~14일 열리는 ATP 부산오픈 챌린저에도 출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랭킹이 없는 정현은 와일드카드(WC)를 받아야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이번 대회도 WC를 받아 출전했다.

정현은 “부산(오픈 챌린저)에서 뛰려고 생각하고 있다. (WC 여부를)확답받지는 못했다. 배려해 주신다면 부산 팬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 그리고도 몸 상태가 괜찮다면 다시 한번 투어에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열리는 ATP 광주오픈 챌린저 출전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복귀하고 3주 연속으로 일정을 밀어붙일 자신이 없다”면서 “한국 대회에서 제 부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싶은 작은 목표가 있다”고 했다.

이번 단식 복귀전은 우여곡절 끝에 치러졌다. 경기는 당초 지난 24일로 예정됐지만 단식 상대인 톰프슨이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ATP 측에 경기 연기를 요청해 25일로 변경됐다가 우천으로 인해 하루 더 연기된 이날 진행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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