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나’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바깥 길게 돌며 역전 레이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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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배 대상경주 깜짝 우승
‘어디가나’, 바깥쪽서 더 잘 달려…네 번째 코너서 치고 나와 1위
우승후보 ‘라온퍼스트’에 압승
이동하 기수, 대상경주 첫 우승…“함께 큰일내겠구나 생각 들었다”

9일 한국마사회 수도권 경마장인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8경주(1800m)로 열린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에서 이동하 기수와 호흡을 맞춘 5세 암말 ‘어디가나’(오른쪽)가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어디가나’는 결승선을 가장 먼저 지나면서 대상경주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9일 한국마사회 수도권 경마장인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8경주(1800m)로 열린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에서 이동하 기수와 호흡을 맞춘 5세 암말 ‘어디가나’(오른쪽)가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어디가나’는 결승선을 가장 먼저 지나면서 대상경주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늘 느낌이 좋네.”

김윤섭 조교사(55)는 9일 한국마사회 수도권 경마장인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8경주(1800m)로 열린 제26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총상금 3억 원)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조련해 온 5세 국산 암말 ‘어디가나’가 12필의 출전마 중 출발대 11번째 칸에 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였다. 대개는 출발대 번호가 낮을수록 안쪽에서 시작해 경주 거리가 줄어 유리하지만 김 조교사의 생각은 달랐다. 어디가나는 오히려 출발대 바깥쪽에서 잘 달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가나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이동하 기수(29)와 호흡을 맞춘 어디가나는 1분58초4의 기록으로 디펜딩 챔피언 라온퍼스트(6세·한국)를 8마신(馬身·말의 몸 길이로 1마신은 2.4m)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어디가나의 깜짝 우승이었다. 어디가나의 단승식 배당률은 16.1배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어디가나는 통산 19개 대회에서 우승 5번, 2위 1번을 했다. 승률은 26.3%, 복승률(1위 또는 2위를 차지한 비율)을 31.6%로 끌어올렸다.

어디가나의 대상경주 우승은 2021년 12월 19일 경기도지사배(2000m) 이후 두 번째이지만 이 기수에게는 개인 첫 우승이었다. 이 기수는 지난해 어디가나를 만나면서 매해 한 자릿수를 맴돌던 승률을 두 자릿수(10.0%)로 끌어올렸다. 복승률 역시 처음 20%대(21.8%)를 기록했다. 이 기수와 어디가나의 호흡이 그만큼 잘 맞았다. 이 기수는 “어디가나의 체중은 511kg인데 실제로 타보면 470kg 정도의 말을 탄 것처럼 민첩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 출전마 중 가장 무겁지만 살이 쪄서가 아니라 근육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작년 11월 주행심사에서 처음 어디가나와 함께했는데 그때 1등을 하면서 ‘이 말과 함께라면 큰일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스에서도 이 기수는 어디가나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어디가나가 평소 안쪽에서 달리면 주변 경주마의 발에서 튀는 모래를 맞는 걸 싫어하고 기량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해 바깥으로 길게 돌며 역전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이 기수는 “어디가나의 바로 안쪽 10번 출발대에 라온퍼스트가 배정되는 걸 보고 ‘얘만 안쪽에 두고 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주 시작부터 외곽에 자리 잡은 어디가나는 라온퍼스트를 안쪽 앞에 두고 바깥으로 따라 달리며 순위를 끌어올려 55초경 4위에 진입했다. 마지막 직선 주로를 앞둔 네 번째 코너에 들어선 1분 25초경 어디가나는 속도를 높이며 3위였던 라온퍼스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분 40초 이후엔 차이를 더 벌리며 압도적인 우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후 이 기수는 “어디가나 생일이 4월 27일”이라며 “어디가나가 오늘 내게 대상경주 첫 우승을 선물해 줬으니, 조교사께 어디가나가 가장 좋아하는 사료를 물어봐서 나도 비싼 선물을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조교사는 “2019년 목장에서 어디가나를 처음 봤는데 마체에 비해 다리가 긴 편이라 그동안 40∼50kg 정도 살을 찌우는 데 집중했다. 체격이 커지고 균형도 맞아 가면서 경쟁력 있는 경주마로 성장했다”며 “‘어디가나’라는 이름은 ‘어디에 가나 우승할 수 있는 말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오늘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시리즈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3세 이상 암말들이 출전하는 동아일보배는 최고의 암말을 가리기 위한 ‘퀸즈(Queen’s) 투어’ 시리즈의 시즌 개막전이다. 이날 동아일보배 대상경주가 열린 렛츠런파크서울에는 2만6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대상경주 매출은 약 37억 원을 기록했다.


과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경마#동아일보배 대상경주#어디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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