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서 시즌 최종 8차 대회
윤성빈 넘어설 재목으로 성장
우승땐 종합순위 3위 가능성도
한국 스켈레톤의 ‘스파이더맨’ 정승기(24·강원도청·사진)가 17일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열리는 2022∼2023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최종 8차 대회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우승에 도전한다.
정승기가 스스로에게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붙인 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29)이 ‘아이언맨’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영화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을 우상으로 삼다가 결국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자기도 한국 스켈레톤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뜻이다. 이 목표도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승기는 지난 시즌 2차 대회에서 윤성빈(1분46초70)보다 빠른 기록(1분46초18)을 처음으로 남겼고, 결국 종합 랭킹 9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윤성빈(11위)보다 두 계단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정승기는 윤성빈이 빠진 이번 시즌에는 1, 2차 대회 연속 은메달과 3차 대회 동메달로 IBSF 랭킹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4∼6차 대회에서 연달아 메달 추가에 실패하며 랭킹 1위에서 내려왔고 7차 대회 결과도 은메달이었다.
조인호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정승기가 랭킹 1위는 해봤지만 아직 월드컵 1위는 못해 봤다는 배고픔이 있다”며 “장비를 바꾼 후 치른 첫 시즌이라 초반엔 부담이 있었는데 지금은 즐기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월드컵 장소인 시굴다 트랙은 정승기에게 즐거운 기억이 있는 곳이다. 정승기는 이곳에서 열린 지난 시즌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자신의 월드컵 첫 메달이자 윤성빈 이후 한국 선수 첫 월드컵 메달을 따냈다.
정승기도 월드컵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북아메리카컵에서는 성인 선수들과 겨뤄 2017∼2018시즌 금메달 2개를 수확한 적이 있다. 당시 강원 평창군에 있는 상지대관령고에 재학 중이던 정승기는 이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 겨울 스포츠의 미래’를 대표하는 유망주 4명 중 한 명으로 뽑혀 2018년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 오륜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다.
정승기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경기 파주시에서 살았지만 2014 소치 올림픽 때 윤성빈의 경주를 보고 반해 평창에 있는 대관령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서울 신림고 3학년 때 처음 스켈레톤에 입문한 윤성빈보다 시작이 빨랐던 셈이다. 조 총감독은 “윤성빈이 천재형이었다면 정승기는 어느 정도 갖춰진 시스템을 밟아 결과가 나온 선수”라고 설명했다.
아직 월드컵 금메달은 없지만 올림픽 첫 출전 결과만 놓고 보면 정승기가 지난해 베이징 대회 10위로 2014년 소치 대회 당시 윤성빈(16위)보다 성적이 좋았다. 정승기는 이번 시즌 7차 월드컵서 은메달을 따낸 뒤 “2위로 시상대에 오를 수 있어 기쁘다. 8차 대회 때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정승기가 8차 대회에서 우승하면 개인 최고 기록인 랭킹 3위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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