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무대를 향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의 도전이 무산됐다.
우상혁은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에서 2m15의 성적으로 출전 선수 9명 중 가장 낮은 공동 8위에 그쳤다. 다이아몬드리그 랭킹 승점 1점만을 추가한 우상혁은 누적 승점 종전 공동 4위(15점)에서 7위(16점)로 내려앉아 상위 6명만 출전권을 얻는 파이널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달라진 조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45분 먼저 시작한 창던지기 종목과 경기 시간이 겹쳐 통상 경기장 왼쪽에 배치하던 매트를 오른쪽으로 옮겼고, 도움닫기를 위한 조주로의 길이도 다른 경기장보다 4, 5m가량 짧았다. 다른 선수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대회 최고 성적은 2m24로 직전 모나코 대회(2m30)보다 6cm 낮았다.
우상혁은 높이 2m20에 세 번 모두 실패했지만 라이벌 무타즈 바르심(31·카타르)은 1차 시기 실패 후 두 번째 시도를 성공시키며 달라진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도균 높이뛰기 국가대표 코치는 “(우)상혁이가 빨리 적응하길 바랐는데 네 번의 시도(2m15 한 번, 2m20 세 번) 안에는 적응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종전 리그 랭킹 9위(승점 9점)였던 안드리 프로첸코(34·우크라이나)의 깜짝 활약도 우상혁에게는 악재였다. 프로첸코는 이날 2m20과 2m24를 모두 1차 시기만에 넘으며 1위에 올라 누적 승점 17점으로 6위까지 올라섰다. 우상혁은 승점 1점 차이로 파이널 티켓을 프로첸코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다이아몬드리그를 더 많이 뛰었으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었다. 우상혁은 지난해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4위(2m35)에 오른 뒤 올해 5월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7월 유진 세계선수권 등 높이뛰기 메이저 대회에서 입상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 열린 네 차례 다이아몬드리그 높이뛰기 대회에서 우상혁은 두 번 출전에 그쳐 상위 6명 중 출전 경험이 가장 적었다.
우상혁은 당분간 유럽에 머물며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파이널 자력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다이아몬드리그 누적 랭킹 6위 안에 든 선수 중 부상 등의 이유로 기권해 차순위인 우상혁에게 기회가 넘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리그 조직위원회에서 우상혁을 파이널 초청 선수로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김 코치는 “파이널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해도 잠시 쉬었다 10월 전국체전에서 기분 좋게 뛰는 게 길게 보면 득이 될 수 있다. 내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과 2024년 파리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을 부르는 자양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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