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감독 “SEA 2연패 달성 기뻐, 이제 A대표팀에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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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23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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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 미디어와 비대면 기자회견을 한 박항서 감독. (줌 인터뷰 캡처) © 뉴스1
23일 한국 미디어와 비대면 기자회견을 한 박항서 감독. (줌 인터뷰 캡처) © 뉴스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앞으로 한국 축구에 더 많은 힘이 돼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017년 베트남으로 건너가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베트남 축구가 한국을 본받아 더 발전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의 마이딘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1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감독은 SEA가 U-23 대표팀 출전으로 규정이 바뀐 뒤 최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지도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7년부터 A대표팀과 U-23 지도자를 겸임했던 박 감독은 웃으면서 23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박 감독은 A대표팀에만 집중하고 향후 23세 대표팀은 공오균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이번 대회에서 공오균 감독은 코치로 박 감독을 보좌했다.

박 감독은 23일 한국 미디어와의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내 U-23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2연패를 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박 감독은 한국에 비해 비교적 열악한 베트남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감독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끌며 ‘박항서 매직’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같은 해 같은 연령 대표팀이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SEA게임에서 베트남에 6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박항서 감독은 U-23 대표팀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A대표팀을 꾸려 2019년에 아시안컵 8강에 올랐고,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예선 첫 승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5년을 돌아본 그는 “베트남에도 프로팀은 있지만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며 “어린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해 시스템이 좀 더 정착돼야 한다. 한국처럼 연령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인식이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대한축구협회의 골든에이지 프로젝트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의 U22 제도가 있어서 20세 이하 대표팀이 FIFA 대회에서 준우승도 하고 많은 유망주들이 발굴될 수 있었다. 베트남도 월드컵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비전과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이제는 A대표팀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4년 넘게 두 팀을 맡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한국처럼 전담 지도자가 없다보니 대회마다 코치를 차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하나를 내려놓는다면 스트레스가 좀 줄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U23 후임인 공오균 감독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공 감독도 고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선수 기용이나 선발은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 올바른 길로 잘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의 성공 이후 동남아시아는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김판곤 싱가포르 감독 등 한국인 지도자들이 많이 탄생했다.

박 감독은 “한국 지도자들이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하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한국 축구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견해를 나타냈다.

박항서 감독은 내달 1일 호치민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칸과의 A매치로 인해 다음달 초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한일 월드컵 2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그는 한국 축구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던 2002월드컵 20주년을 향한 의미를 전했다.

박 감독은 “연락을 받았지만 경기가 있어서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다”며 “히딩크 감독님도 오시고 2002년 멤버들이 뭉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다. 동료들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많은 조언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유상철 감독과 핌 베어백 감독을 향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그는 “유상철 감독과 너무 빨리 작별하게 돼 아쉽다”며 “기념행사에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베어백 감독도 오만 감독할 때 만났는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베어백 감독과 유상철 감독도 (하늘에서)20주년을 함께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한국 축구를 향한 덕담도 건넸다. 그는 EPL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 소식을 이야기 하며 “베트남에서 손흥민 아버지와 친구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시 본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보물”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예상 성적을 묻자 “벤투 감독이나 유능한 선수들이 많아서 좋은 결과물을 낼 것이다. 20년 전 히딩크 감독이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번 월드컵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항상 베트남 축구에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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