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타오른 성화…2022 베이징 겨울패럴림픽 개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4일 2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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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 뉴시스
베이징=AP 뉴시스
비장애인 올림픽 성화가 꺼진 지 12일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성화가 다시 타올랐다.

2022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4일 오후 9시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장 '냐오차오'(鳥巢·새 둥지)에서 열린 개회식으로 힘찬 시작을 알렸다.

2008 여름 패럴림픽을 개최한 베이징은 역사상 최초로 여름·겨울 패럴림픽을 모두 개최한 도시로 냐오차오 역시 역사상 최초로 여름·겨울 대회 개회식을 모두 치른 장소가 됐다.

14년 전 비장애인 여름 대회와 지난달 막을 내린 비장애인 겨울 대회 총연출을 맡은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가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예술 감독을 맡았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혼란 속에도 각국 선수들의 도전은 이어진다.

올해 겨울패럴림픽은 이날부터 13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에서 열리며 6개 종목에서 금메달 78개를 놓고 열전을 벌인다.

슬로건은 2022 겨울올림픽과 똑같이 '함께 미래로(一起向未來)'다.

원래 이번 대회엔 51개국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참가한 나라는 46개국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는 개회를 하루 앞둔 3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결정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선수 20명과 가이드 9명이 출전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간소하게 진행한 비장애인 올림픽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패럴림픽 개회식 역시 거창함보다는 행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는 데 집중했다.

개회식 주제는 '생명의 피어남'(Blossoming of Life)이다. 바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시간을 내 전 세계 사람들을 환영하는 퍼포먼스를 연습했다.

본격적인 행사는 패럴림픽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시작했다.

별이 반짝니는 바다를 나타낸 무대 위에 지난 패럴림픽 12개 대회를 소개하고 2022 베이징에 이르러 바다는 얼음으로 변했다. 관중석에서도 플래시로 별빛을 만들어 함께 개막을 축하했다.

이어 6개 종목에 출전하는 장애인 선수가 장애물을 피해 슬로프를 질주하고 컬링 스톤이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과 함께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 등을 소개한 뒤에 중국 국기를 게양했고, 시각장애인 대학생 24명이 아카펠라로 국가를 불렀다. 동시에 청각장애 출연자가 수어로 국가를 표현했다.

이후 패럴림픽 마스코트 '쉐룽룽'(雪容融)과 이번 대회 주인공인 각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입장 순서는 중국 간체자 획순에 따라 결정했다. 한국은 46개 팀 중 35번째로 입장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선수 32명을 포함해 선수단 82명을 파견했다. 개회식에는 윤경선 한국선수단장을 비롯한 임원과 선수 18명(하키 13명·컬링 5명) 등 총 41명이 참가했다.

기수는 혼성 휠체어컬링 대표 '장윤정 고백' 팀(의정부 롤링스톤) 리드 백혜진(39)이 맡았다. 겨울 패럴림픽 참가 역사상 여성 선수가 단독 기수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벨기에가 가장 먼저 입장하고 우크라이나는 4번째로 무대에 나섰다. 오성홍기와 대회 엠블렘을 그린 깃발을 들고 있던 관중들은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환호와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다. 파슨스 위원장도 기립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 위원회 서기, 파슨스 위원장이 평화와 반전(反戰)을 강조한 연설을 선보였다.

파슨스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공포스럽다"며 "21세기는 대화와 외교에 임할 때이며 전쟁이나 증오를 할 때가 아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휴전 협정'은 제76차 유엔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에 의해 채택된 것으로, 지켜져야 하고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시 주석이 개회 선언을 한 뒤 이어진 행사도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장애가 있는 자원봉사자와 운동선수, 무용수, 의족을 차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반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 쌍둥이 등이 세상을 밝혔다.

패럴림픽 상징인 아지토스는 한 시각장애인 출연자 손에서 다른 이들의 손으로 옮겨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더 많은 장애인이 스포츠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길 기대하는 의미를 담았다.

주최 측은 "역대 패럴림픽에서 가장 작은 아지토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 순간이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라고 설명했다.

패럴림픽기를 게양할 때는 시각장애인 관악합주단이 패럴림픽 찬가를 연주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10∼22세 학생 47명이 116일 동안 연습을 거쳐 무대를 꾸몄다.

개회식 막바지엔 '겨울패럴림픽 왈츠'를 선보였다.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대를 꾸미며 '화합'을 표현했다.

마지막은 성화 점화와 불꽃놀이가 장식했다.

패럴림픽 발상지인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채화한 성화를 가상으로 전달하고 베이징, 옌칭, 장자커우 지역 8개 도시 불꽃이 하나로 합쳐져 빛났다.

중국 역대 패럴림피언 8명이 경기장에서 성화를 이어 받았고, 패럴림픽 육상에서만 금메달 4개를 획득한 리두안(李端)이 최종 주자로 나섰다.

비장애인 올림픽 때처럼 거대한 눈꽃송이 모형을 가운데 설치한 안치대에 성화봉을 끼워 넣는 것으로 성화 최종 점화가 끝났다.

시각장애 선수인 리두안이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성화봉을 꽂자 경기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베이징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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