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차 패배…그래도 “잘 버텼다” 말하고픈 이상호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8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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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에게 잘 버텼다고 해주고 싶어요.”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리조트)의 도전이 멈췄다. 불과 0.01초차였다.

아쉽지만 힘든 시간을 버텨 온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은 마음이다.

이상호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 대회전 8강에서 빅토르 와일드(ROC)에게 패했다.

8강에서 탈락한 이상호와 다음 단계에 오른 와일드의 격차는 딱 0.01초.

첫 랩타임에서 0.07초 뒤진 이상호는 두 번째 랩타임에선 0.03초로 앞섰다. 하지만 막판 레이스에서 밀리며 와일드보다 0.01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상호는 “0.01초차가 숫자로 보면 동시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진 건 진 거다. 숫자에 연연하진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출발은 좋았다.

이상호는 이날 1, 2차 시기 1분20초54초를 작성, 예선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다니엘레 바고자(이탈리아)를 여유있게 제압했다.

그러나 8강에서 2014년 소치대회 2관왕에 빛나는 와일드에게 간발의 차로 밀렸다.

이상호는 “금메달이란 결과는 가져오지 못해 아쉽지만, 후회 없이 하려고 했던 것은 이뤄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 기대주였던 이상호까지 멈춰서면서 한국은 아직까지 이번 대회에서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전날(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는 석연찮은 판정 속에 페널티로 실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상호의 첫 메달이 그 아쉬움을 씻어주길 바랐지만, 기대가 빗나갔다.

이상호는 “빙상 종목이 워낙 잘하기 때문에 당연히 메달을 딸 거라고 팬의 한 명으로 기대하고 응원했다. 중국의 불미스러운 판정으로 너무 아쉽게 됐다”며 “내가 열심히 해서 메달을 따야겠다고 목표로 했다. 메달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관리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설질 관리를 굉장히 잘 해놨다. 아쉬운 점은 코스 정비를 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한숨을 삼켰다.

“훈런 때 자원봉사자분들이 서로 연락이 안 돼 내가 출발했다가 충돌할 뻔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타고 난 자국을 정리해주시는 것도 평창 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교육이 덜 된 것 같다”면서 “기본적인 설질은 너무 좋지만 봉사자분들의 교육은 아쉽다”고 설명했다.

비록 원하는 결과는 손에 쥐지 못했지만 이상호는 한국 스키의 ‘역사’다.

2018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올림픽 스키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최초의 금메달까지 바라봤다.

이상호는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원하고 기대했는데 목표한 걸 이루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고 곱씹었다.

베이징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이상호는 2019~202시즌 어깨 부상을 당했고, 2020년 1월에는 수술대에 올랐다. 2020~2021시즌 복귀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묵묵히 땀을 흘렸고, 다시 정상급 기량을 되찾았다.

지난 4년을 돌아본 이상호는 “정말 너무 고생했고,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싶다. 힘든 순간도 너무 많았고, 장비 판단에 대한 미스도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힘겨운 기억을 털어냈다.

평창 때와는 다른 기대가 어깨를 짓누를 때도 있었다. “응원도 힘이 많이 됐지만, 그런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멘탈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래도 제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2021~20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이상호는 현재 종합 랭킹 1위다.

“아직 시즌 중반이다. 이번 시즌 가장 큰 이벤트인 올림픽은 아쉽게 됐지만 현재로는 후회 없이,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즌에도 잘해서 종합랭킹 1위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자커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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