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핸드볼 휘어잡은 김진영, 유럽무대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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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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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리그행 최종 사인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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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핸드볼의 ‘유럽파’ 계보가 11년 만에 이어진다.

28일 경희대 및 핸드볼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학 무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평가받는 김진영(21·경희대·사진)이 스페인 리가 아소발의 아데마르 레온에서 활약한다. 계약기간, 연봉 등 세부 내용을 두고 최종 조율 중이며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김진영은 스페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과거 한국은 ‘핸드볼 빅리그’인 유럽을 주름잡는 스타플레이어를 꾸준히 배출했다. ‘유럽파 1호’인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56)은 14시즌(1989∼2002년) 동안 스위스에서 활약하며 1989년 ‘올해의 선수(World Player of the Year)’에도 올랐다. 윤경신 두산 감독(48)도 12년(1996∼2008년)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며 8차례 득점왕을 차지했다. 스위스에서 8년(2002∼2010년)을 뛰며 1546득점(205경기)을 기록한 황보성일 SK호크스 감독(46)이 2010년 은퇴한 후 해외파 스타 계보가 끊겼다. 2011년 국내 핸드볼리그 출범과 맞물려 이 시기에 한경태(46·한국체대 코치), 이준희(45) 등 스위스에서 뛰던 선수들이 모두 국내로 복귀하며 유럽파 계보도 끊겼다.

빅리거가 사라지며 1988 서울 올림픽 은메달, 아시아경기 5연패(1986∼2002년)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남자 핸드볼도 침체기를 겪었다. 한국 남자 핸드볼은 2012 런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진영의 유럽 무대 진출은 남자 핸드볼의 자존심 회복과도 같다. 2018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한국의 26년 만의 우승을 이끈 김진영은 경희대에 2018, 2020년 전국대학통합선수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지난해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올해 초 이집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득점 8위(6경기 39점)에 올라 세계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4학년인 김진영은 당초 다음 달로 예정된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등 주요 일정이 남아 졸업 후 유럽 진출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체전이 고등부 대회로 축소돼 경희대도 대승적 차원에서 김진영의 유럽 조기 진출을 돕기로 했다. 국내 실업무대를 거치지 않고 유럽으로 진출하는 건 1996년 윤경신 이후 25년 만이다. 김만호 경희대 감독은 “체구가 큰 서양 선수들과 비교하면 호리호리하지만(184cm, 80kg) ‘통통 튄다’는 인상을 받을 만큼 탄력이 좋고 발이 빨라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데마르 레온은 16팀 중 꾸준히 3위 안에 들어온 강호다. 12일 개막해 3라운드까지 치러진 올 시즌에도 2승 1패로 4위에 올라 있다. 유망주 육성에도 일가견이 있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상위 리그 진출의 교두보로 적합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진영은 “아직 (사인을 안 해) 실감은 안 난다”면서도 “큰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하며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한국 남자 핸드볼#유럽파 계보#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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