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미국에 패해 조 2위… 도미니카共과 경기 앞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1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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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경기장에 관중은 없었지만 귀를 번쩍이게 하는 소리들이 있었다. 3회초 공격을 앞두고 장내에서 흘러나온 BTS의 ‘버터’, 5회초 공격을 앞두고 전광판에 뜬 “대한민국”을 외치는 관중들의 비대면 응원. 하지만 선수들의 뒷심이 부족했다.

한국이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4로 패했다. 조 2위로 녹다운스테이지에 오르며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미국을 상대한 한국의 선발은 우완 사이드암 고영표(KT)였다. 한국은 2000 시드니 올림픽 미국전 정대현(야구 대표팀 코치)을 시작으로 미국, 쿠바 등 북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언더 혹은 사이드암 투수로 재미를 봤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쿠바전 당시 3-2로 앞서던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승리를 지킨 주인공은 구원 등판해 병살타를 이끌어낸 정대현이다.

1회초 선두타자 박해민의 내야안타에 이은 이정후의 중견수 앞 안타(무사 1, 3루), 김현수의 타점으로 선취점을 내고 고영표가 3회까지 미국 타선을 1안타로 무실점으로 묶을 때만 해도 이 고전적인 전략은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4회말 고영표가 선두타자 에디 알바레즈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 1사 1루에서 4번 타자 트리스톤 카사스에게 우중간 홈런을 내주며 깨졌다.

5회말 하위타선을 상대로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본 궤도를 회복하는 듯 했던 고영표는 9번 타자 닉 앨런에게 다시 홈런을 내줬다(1-3). 앨런은 고영표의 첫 공(커브)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 담장을 넘겼다. 정통파가 아닌 변칙 폼을 가진 투수에 고전하던 미국의 모습은 없었다. 고영표는 이어서 타석에 선 제이미 웨스트브룩에게 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원 등판한 고우석(LG)이 에디 알바레즈, 타일러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점을 허용(1-4)하며 점수차는 벌어졌다.

한국은 미국 마운드에 압도당했다. 한국이 미국전 표적선발로 고영표를 낸 것과 같이 미국도 한국전 선발로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활약 중인, 아시아야구에 익숙한 닉 마르티네즈를 선발로 냈다. 1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마르티네즈는 최고시속 151km까지 나온 패스트볼을 앞세워 5회까지 한국 타선을 4안타 9삼진으로 잠재웠다. 시속 150km를 오가는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연이어 마운드에 올라 한국 타선을 힘으로 눌렀다. 한국은 9회초 강백호(KT), 양의지(NC)의 연속 안타로 얻은 무사 2, 3루 기회에서 오재일이 희생타점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타선이 힘을 못쓰는 사이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도 김민우(한화), 김진욱, 박세웅(이상 롯데) 등 영건들을 고루 활용하며 다음을 준비했다.

이날 승리했다면 하루의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한국은 다음날인 1일 같은 장소에서 A조 2위 도미니카공화국과 녹다운스테이지에 돌입한다. 도미니카공화국을 꺾고 A, B조 3위 팀 간의 대결에서 승리한 팀까지 잡아야 준결승에 오를 수 있다. B조 1위에 오른 미국은 하루 쉰 뒤 2일 A조 1위 일본과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한번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와 달리 녹다운스테이지는 한번 져도 결승전 진출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 다만 패할 경우 결승까지 치러야할 경기가 1경기 늘어 체력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요코하마=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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