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코리아’ 뒤엔 미래차 첨단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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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현대차그룹 특별지원 프로젝트
비파괴검사로 불량장비 걸러내고
섬세한 그립은 특수소재로 제작

한국 양궁 대표팀은 세계 최고 수준인 선수 실력에 더해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금메달을 일궈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주도로 미래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양궁에 접목하며 도쿄 올림픽 석권을 목표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부터 기술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양궁 과학화는 활에서부터 시작됐다. 올림픽 양궁에서 쓰는 활(리커브 보)은 날개(림)가 서로 다른 5층의 재질로 구성돼 육안으로는 내부에 어떤 결함이 생겼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5년 전부터 신차 개발 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부품 내부 균열을 점검하는 비파괴 검사를 활에 적용해 미세한 손상도 잡아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양궁 선수들의 불량 화살을 솎아내기 위해 개발한 슈팅머신. 같은 조건에서 발사된 화살 중 탄착군에 들어온 화살만 골라내 최종 검수한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양궁 선수들의 불량 화살을 솎아내기 위해 개발한 슈팅머신. 같은 조건에서 발사된 화살 중 탄착군에 들어온 화살만 골라내 최종 검수한다. 현대차그룹 제공
도쿄 올림픽에서는 화살에 집중했다. 불량 화살을 솎아내는 ‘슈팅머신’을 개선해 정밀도와 정확도를 높였다. 슈팅머신을 활용하면 일정 범위의 탄착군을 형성한 화살을 1차로 선별할 수 있어 선수 노고를 줄인다. 화살 허리힘과 중량을 정밀 측정하는 3중 분류도 도입했다.

선수들이 손수 만들던 그립도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하고 차량 부품에 쓰이는 신소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현대차그룹 제공
선수들이 손수 만들던 그립도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하고 차량 부품에 쓰이는 신소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현대차그룹 제공
활 중심에 덧대는 그립에도 공을 들였다. 선수들은 기성품 그립을 자신의 손에 맞춰 칼로 깎거나 찰흙으로 덧대며 수선하는데 오래 사용해 그립이 변형되면 다시 손에 맞춰 다듬어야 했다. 현대차는 선수들이 자신의 손에 맞게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스캔해 3차원(3D) 프린터로 재현했다. 가볍고 미끄러짐이 없어 차량 검사 공구 소재로 이용되는 알루마이드와 내구성, 방수성이 탁월해 기후 영향에 따른 변형이 적은 자동차 부품 소재인 특수 나일론 ‘PA12’로 그립을 제작했다.

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전문 조직인 에어스 컴퍼니는 AI 딥러닝 비전 기술로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실전 분석에 용이하도록 자동 편집했다.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지원해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와 맥파를 검출해 심박수를 측정했다.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도쿄 올림픽 양궁장을 2년 전 방문한 뒤 국내에 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 여름 기후와 비슷한 미얀마 전지훈련을 지원했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식사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r&d 기술 양궁 접목#기술지원 프로젝트#양궁 과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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