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발, 막내 궁사의 심장은 미친듯 뛰고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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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양궁 개인전부터 선수들 심장박동수 중계
올림픽 사상 최초, 긴장감 그대로 전달

“화이팅”을 외치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전과 남자 단체전 등 2관왕에 오른 ‘천재 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도 기계처럼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아넣던 그도 심장이 뛰는 ‘인간’이었다. 27일부터 열린 양궁 개인전 경기부터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선수들의 심장박동수를 생방송으로 중계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정적 속에 활 시위를 당기는 선수들이지만 그 속의 미세한 긴장감과 아드레날린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려는 시도다.

김제덕은 이날 남자 개인전 32강에서 플로리안 운루(독일)에게 세트스코어 3-7로 패하며 탈락했다. 심박수는 김제덕이 경기 중 느꼈던 긴장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제덕은 세 발 연속 10점을 쏜 1세트에서 심박수 125를 기록했다. 하지만 3세트 첫 발에서 8점을 쏜 뒤 심박수 140을 넘겼고 3세트를 내준 뒤 4세트에서도 연달아 8점을 쏘자 심박수는 161까지 뛰었다. 마지막 5세트 19-19 동점상황에서 쏜 마지막 한 발. 심박수가 170까지 치솟은 가운데 화살은 9점에 꽂혔다. 운루 역시 심박수가 163까지 뛰었지만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꽂아 넣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톰 딜렌 세계양궁연맹(WA) 회장은 “양궁을 TV로 보면 금메달을 따기 위해 10점을 맞춰야 하는 선수들의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 선수들의 생생한 긴장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심박수는 선수들로부터 12m 떨어진 거리에 설치된 카메라 4세트가 혈관의 수축에 따라 변하는 미세한 신체 변화를 근거로 산출한다. 선수들의 심박수는 TV로만 송출되고 경기장 내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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