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전 2500발’ 오직 실력만 보고 뽑은 양궁 국대, 33년 세계최강

도쿄=유재영 기자 입력 2021-07-26 03:00수정 2021-07-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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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양궁 女단체 안산 강채영 장민희 金
88 서울올림픽 이후 33년 불패행진
금빛 환호 안산, 강채영, 장민희(왼쪽부터)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손을 맞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9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날 혼성전에 이어 이틀 연속 금빛 행진을 이어간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5개 석권을 노린다. 도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9연패 신화를 쐈다, 神弓 코리아
‘텐(10점). 텐. 텐.’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이 나선 여자 양궁 대표팀은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8강과 4강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한국은 결승전에서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0(55-53, 56-53, 54-51)으로 완파했다.

전날 김제덕(17·경북일고)과 짝을 이뤄 신설 종목인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대표팀 막내 안산은 다시 시상대 가장 위에 서며 이번 대회 전체 참가 선수를 통틀어 첫 2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남은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 여름올림픽 3관왕도 노린다. 겨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남자 안현수와 여자 진선유가 2006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적이 있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을 휩쓸어 5개 전 종목 석권을 향해 순항했다.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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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 도쿄 대회까지 9번의 올림픽 무대에서 그 누구의 도전도 허락하지 않으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30년 넘게 한 국가가 특정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9차례 연속으로 따낸 건 여자 양궁이 3번째다. 케냐가 육상 3000m 장애물에서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가져갔다. 미국도 같은 기간 남자 수영 혼계영 400m에서 9회 연속 우승했다. 한국 양궁은 이날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25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겨울올림픽 종목인 쇼트트랙(24개)을 넘어 한국 스포츠 최고의 금맥이 됐다.


공정한 경쟁이 낳은 女양궁 9연패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 출전한 안산(20)과 강채영(25), 장민희(22)는 8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상대 팀에 내주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에 올림픽에 나간 적이 없는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경험 부족이 지적됐으나 퍼펙트하게 정상에 섰다. 상대 팀들은 한국과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지레 위축돼 실수를 연발했다.

어떤 특혜도 없는 오로지 실력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선발 과정은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이끌었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올림픽 대표 선발을 위해 6개월 동안 5차례 선발 과정을 거쳤다.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선발전에서 쏜 화살만도 1인당 2500발가량 된다. 매일 300발씩 1년에 10만 발을 쏜 선수도 있다. 안산은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49등을 했을 때가 너무 힘들었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솔루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본보 해설위원은 “백지 한 장 차이인 선수들이 바늘구멍 같은 대표 선발전을 거치며 강해질 대로 강해진다”며 “이제는 신인 선수들이 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강채영과 장민희, 안산은 경기 도중 웃고 장난까지 치며 편안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25일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올림픽 양궁 단체전 9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안산, 장민희, 강채영(왼쪽부터)이 금메달과 꽃다발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세 선수는 8강에서 결승까지 세 경기 동안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도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당당하게 선발된 최고 궁사에게는 철저한 준비와 전폭적인 투자가 따랐다. 양궁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주변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진천선수촌 양궁 세트에서 집중적으로 실전 훈련을 했다. 일정하지 않은 흐름으로 부는 강한 바람, 카메라 셔터 소리, 취재진 등의 이동 동선, 양궁장 주변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소음 등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가정해 훈련을 했다. 대한양궁협회는 ‘도쿄 쌍둥이 세트’ 조성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해변에 위치한 도쿄 양궁장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도 1주일 동안 강한 바닷가 바람에 적응하는 특별 훈련을 했다. 만약에 대비해 지진 상황 대처법까지 연습했다.

강채영은 “대한양궁협회가 올림픽 경기장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 매일 실제 올림픽 경기를 하는 것처럼 훈련을 했다. 진천선수촌 양궁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 양궁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성진 위원은 “올림픽 전에 경기장을 똑같이 만들어서 훈련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도쿄 올림픽 양궁장이 선수들에게는 집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단체전에서 활 쏘는 순서는 평소 훈련 과정에 축적된 수천 발 결과에 따라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조합으로 결정됐다. 짧은 시간 안에 과감하게 활을 쏘는 안산이 막내지만 1번 주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영숙 선임연구위원은 순번별로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알려주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했다.

단체전 9연패를 이룬 신궁 삼총사는 29, 30일 열리는 개인전에 나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랭킹 라운드에서 세 명이 1, 2, 3위를 휩쓸었기 때문에 4강전까지는 한국 선수끼리 맞붙지 않게 된 점도 개인전 우승을 향한 기분 좋은 집안싸움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관왕을 노릴 수 있게 된 안산은 “단체전 금메달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개인전 욕심은 없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 강채영은 “경기장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BTS(방탄소년단) 노래가 아니라 아쉬웠다”면서도 개인전 의지를 다졌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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