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재건 내걸었지만 경기장엔 매미 소리만 들려

도쿄=강홍구 기자 입력 2021-07-22 03:00수정 2021-07-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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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D―1]주최국인 일본이 강세인 소프트볼
개막 이전 올림픽 첫 경기로 잡아… 도쿄 아닌 후쿠시마서 진행 이유로
관중 받으려 했지만 지자체가 반대… NHK, 경기 하이라이트 편성 등
올림픽 분위기 띄워보려 안간힘… 내주 바흐 위원장에 시구 맡길수도
가게 문닫은 도쿄 밤거리, 젊은층 쏟아져 나와 도쿄 시민들이 17일 늦은 밤까지 야외에 모여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사태 발령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식당과 술집 문을 닫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가게나 손님 모두 이 요청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AP 뉴시스
“경기장 주변을 도는 헬리콥터 소리와 매미 울음소리만 들렸다.”

일본 교도통신은 21일 오전 9시 일본 후쿠시마현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 예선 경기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23일 개회식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 경기는 2020 도쿄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첫 번째 공식 경기였다. 올림픽 소프트볼과 야구 일부 경기가 열리는 아즈마 스타디움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약 70km 떨어져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곳을 일본이 강세인 소프트볼과 야구 종목 경기장으로 택한 이유는 ‘부흥’과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시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피해를 본 구와바라 마나 양(15)이 맡았다. 지역 중학교 소프트볼 선수인 구와바라 양은 하시모토 세이코 대회 조직위원장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아 첫 공을 던졌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선 부흥과 재건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일찌감치 무관중을 결정한 도쿄 인근 지역과 달리 후쿠시마는 관중 입장이 검토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틀었다. 잔디 교체를 비롯해 화장실 개선, 휠체어 관중을 위한 공간 확대 등 약 13억 엔(약 136억 원)을 들여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지만 결국 빛을 볼 수 없게 됐다.

교도통신은 “올림픽 관계자와 취재진을 태운 차량들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동안 축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섭씨 30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벤치의 선수들이 오전 내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리틀리그 같았다”고 묘사했다. 후쿠시마의 한 비영리단체 소속 사이토 노부유키 씨는 “‘재건올림픽’이라는 깃발 아래 올림픽 유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모든 주제를 퇴색시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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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소프트볼, 야구가 13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인 일본은 이날 호주에 8-1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3회말 나이토 미노리의 2점 홈런을 포함해 홈런만 3방이 나왔다. 이날 일본 선발로 나와 승리 투수가 된 우에노 유키코는 “후쿠시마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후쿠시마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NHK는 이날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는 모습이었다. 경기 직후 선수, 감독의 인터뷰를 전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편성했다. 28일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 예선 첫 경기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시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이날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축구 스웨덴과 미국의 경기도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도쿄에서 400km 떨어져 관중 입장이 1만 명까지 허용된 미야기에서 열린 중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는 소수의 관중이 드문드문 앉아 썰렁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전체 경기 가운데 97%가 무관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부흥#재건#경기장#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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