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린저 첫 훈련 지켜보던 김승기, 5분 만에 웃으며 나갔다

유재영 기자 입력 2021-05-11 03:00수정 2021-05-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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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교체선수 고민하던 2월
재활중이던 ‘NBA 출신’ 알게돼
결국 10전승 우승 ‘신의 한 수’
“영구결번 해줄게 한 시즌만 더”
KGC 김승기 감독(오른쪽)과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제러드 설린저가 절묘한 인연으로 만나 우승을 이뤄냈다. 만나자마자 서로를 알아보고 인정했고,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생 농구를 안겨줬다. KBL 제공

“첫 연습 딱 5분 보고 ‘끝났구나’ 생각이 들어 체육관을 나와 버렸죠.”

프로농구 KGC를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으로 이끈 김승기 감독은 3월 9일을 잊지 못한다. 이날 전까지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았다.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으로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제러드 설린저의 첫 연습을 잠깐 본 뒤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보자마자 ‘타짜’더라고요. 선수들도 설린저 슛을 보고 감탄만 했어요. 3점슛은 전성현보다 더 잘 들어갔고, 딱 데이비드 사이먼 능력의 2배였어요. 더 볼 필요도 없이 ‘우승할 수 있겠다’ 싶은 감이 왔죠.”

사이먼이 누군가. KBL(한국농구연맹)에서 5시즌을 뛰며 경기당 21.0득점에 9.1리바운드를 기록한 외국인 센터였다. 키 204cm에 외곽 슛 능력까지 갖춰 상대팀이 대응하기 까다로웠다. 2016∼2017시즌 KGC에 통합 우승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 사이먼보다 두 배는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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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얼 클락, 크리스 맥컬러가 번번이 헤매면서 김 감독은 국내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전 포지션에 걸쳐 신구 조화가 잘된 국내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외국인 선수를 찾고 싶었다. 맥컬러를 내보낼지 고민하던 2월 지인을 통해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과 토론토에서 정규리그 269경기를 뛴 설린저의 존재를 알았다. ‘이거다’ 싶었고, ‘신의 한 수’가 됐다.

“NBA 출신 여러 명을 추천받았는데 전부 50억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선수라 꿈도 꾸기 힘들었죠. 그중에 설린저만 놀고 있었어요. 아직 몸이 덜 만들어져 NBA에 다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당시 설린저는 중국프로농구(CBA)에서 뛰다 다친 뒤 2년 가까이 회복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NBA 복귀 전 시험 무대가 필요했다. 서로의 ‘합’이 딱 맞았다. 김 감독은 한국에 도착해 팀 적응을 확신하지 못했던 설린저에게 “내 주머닛돈 다 줄게”라며 마음을 붙잡았다.

두 달 동안 농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화려한 우승 드라마를 써내려간 설린저의 강의를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감독은 아마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본인 의지도 있고, KBL에서의 활약에 NBA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설린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다시 돌아오면 영구 결번시켜 주겠다”는 말밖에 없다. 짧고 굵게 뛰었다는 표현이 딱 맞는 설린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설린저#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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