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최다 심판상’ 장준혁, 소원은 “나보다 더 많은 심판상 받는 유망주 나왔으면”

강동웅 기자 입력 2021-04-08 20:05수정 2021-04-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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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저보다 더 많은 심판상을 받는 분이 나오면 좋겠어요.”

2020~2021시즌 프로농구 심판상의 주인공 장준혁 심판(51)이 꺼낸 수상 소감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심판상을 수상한 그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8번 심판상을 받았다. 국내 프로농구 최다 기록이다.

● ‘덕업일치(德業一致)’, 농구가 좋아 심판이 되다
지금은 프로농구 심판계 고참이 됐지만, 사실 그는 선수 출신도 아닌 ‘농구 덕후’였다. 1988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농구가 좋아 학교 농구 동아리에 들었다. 당시 동아리 소속 경기에 나갔는데 심판의 오심 때문에 게임에서 진 것 같아 ‘내가 심판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2년 뒤 부산동아대 체육학과에 입학한 그는 당초 진로를 체육교사로 잡았다. 성적에 따라 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진로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심판에 대한 호기심을 떨칠 수 없었다. 교생 실습을 하면서도 심판 공부를 했고, 군대에서는 청원 휴가를 받고 나와 심판 수업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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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프로농구 개막 직전 한국농구연맹(KBL) 심판 공채에 지원해 호각을 불게 됐다. 다니던 대학은 마저 졸업했지만,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은 치지 않았다. 장 심판은 “농구가 너무 좋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농구를 좋아하는데 선수는 아니고, 농구를 계속하려면 어떤 직업을 해야 할지만을 고민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심판계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꿈꾸다
KBL은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심판상을 그동안 총 15번 수여했다. 장 심판 다음으로는 2명이 2차례 수상한 게 공동 2위 기록이다. 장 심판은 2007~2010시즌 3년간 연달아 심판상을 휩쓸기도 했다. 농구계에서 장 심판의 공정성과 실력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프로농구 장수 감독은 장 심판에 대해 “실력이 뛰어난 데다 가장 열심히 한다. 요즘은 심판이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마인드 컨트롤도 잘 하는 편이다”고 평가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경력일지 모르지만, 정작 장 심판 본인은 감사함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심판으로 성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며 “농구 심판이 되기 위해 대한농구협회에서 3박4일간 ‘규칙 독해’ 강의와 실기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땄고, 수개월간 특강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좀 더 다양한 과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부터 5년가량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에 참가해 심판 교육을 받았다. 이후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심판 지도자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해외의 심판 교육 과정을 들여다본 그는 국내에도 심판 스터디북이나 매뉴얼북 등 더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망주 교육 위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다
프로농구 심판 24년 차인 그가 30년 차 때 이루고 싶은 꿈은 심판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평상시 오전 10~12시 사이 전날 있었던 농구 경기 영상을 보며 공부한다. 오후에는 약 2시간의 웨이트 트레이닝 등 운동도 한다.

3개월 전부터는 FIBA에서 제공하는 심판 교육도 받고 있다. 매주 월요일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2시간가량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강의를 듣는다. 해외에서 가르치는 농구 심판 커리큘럼을 한국 농구계에 들여와 심판 유망주들에게 어려서부터 질 좋은 심판 교육을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장 심판은 “언젠가 내 심판상 최다 수상기록을 깨는 심판 후배가 나오면 좋겠다”며 “장차 FIBA 심판 지도자가 돼 해외의 좋은 심판 교육자료를 국내 심판 유망주에게 가르쳐줄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보람 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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