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이징 ‘시상대의 린샤오쥔’ 봐야 하나

황규인 기자 , 강동웅 기자 입력 2021-03-08 03:00수정 2021-03-08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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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임효준, 중국 특별귀화
후배 추행 사건, 2심 무죄였지만 대법 판단 기다리지 않고 결정
김선태 감독-빅토르 안 코치와 오성홍기 달고 올림픽 메달 도전
주니어 시절 ‘제2의 안현수’라고 평가받았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 임효준(25)이 안현수(36)의 길을 따라가게 됐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빅토르 안이 됐던 안현수처럼 임효준 역시 2022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중국 선수 린샤오쥔(林孝俊)이 됐기 때문이다. 임효준은 시니어 첫 시즌이던 2018 평창 대회 때 1500m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500m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빙상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6일 “임효준이 중국빙상경기연맹의 제안을 받아 지난해 연말 특별 귀화 절차를 마쳤다”며 “특별 귀화를 통해 중국 국적을 얻었기 때문에 중국 대표팀에 합류해 국제대회에 나서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평창 대회 때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선태 감독(45)이 지휘하고 있다. 빅토르 안도 코치로 합류한 상태다.

임효준이 중국행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강제추행 혐의로 태극마크를 달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임효준은 2019년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암벽 등반 훈련을 하던 도중 앞서 가던 후배 선수 A의 반바지를 벗겨 둔부를 노출시켰다.

이 사건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임효준에게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A가 임효준을 형사 고발하면서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임효준에게 벌금 3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40시간을 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7일 2심 재판부에서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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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임효준은 소속 실업팀에서 나온 뒤 대회는 물론이고 연습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잃었다. 2019∼2020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2020∼2021시즌 대표팀 선발전 출전 자격도 사라졌다. 두 시즌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게다가 언제 나올지 모를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도 나설 수 없다.

임효준의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브리온컴퍼니는 “재판과 빙상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효준은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한국 어느 곳에서도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을 접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지도자의 권유로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을 하기도 했다. 빙상선수로서 다시 스케이트를 신고 운동할 방법만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임효준의 중국 귀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중국은 이런 행실을 한 선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비판했다. 반면 “한국의 뛰어난 쇼트트랙 스킬은 본받을 만하다. 임효준을 영입해 중국 쇼트트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인물 백과사전 댓글에는 “임효준은 이제 중국 사람이다. ‘한국인’으로 나와 있는 인물 정보를 수정해 달라”는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중국스케이트협회(CSA)는 7일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올림픽 개최국이 전력 강화를 위해 다른 나라 선수를 귀화시켜 자국 선수로 내보내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겨울스포츠 강국 러시아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표선수 213명 중 14명(6.6%)을 영입 선수로 꾸렸다. 평창올림픽 한국 대표 144명 중 19명(13.2%)도 귀화 선수였다. 특히 한국은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 24개, 은 13개, 동 11개 등을 따낸 최다 메달 국가라 한국 쇼트트랙 선수에 대한 수요가 높다. 러시아(빅토르 안), 카자흐스탄(김영아), 싱가포르(전이경 감독), 프랑스(조항민 전 감독), 미국(장권옥 전 감독) 등에서 한국 지도자 또는 선수를 영입했다.

황규인 ki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강동웅 기자
#임효준#중국#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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