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처럼 ‘깜짝 카드’…김광현, 결과는 달랐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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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당시 SK 와이번스 사령탑이던 김성근 전 감독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결정을 내렸다.

SK는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내리 진 뒤 3차전을 승리해 벼랑 끝에 몰릴 위기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김성근 전 감독이 시리즈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4차전 선발 투수로 선택한 것은 신인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었다. 김광현은 초고교급이라는 평가 속에 큰 기대를 받고 SK에 입단했지만, 데뷔 첫 해인 2007년 정규시즌에서 단 3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두산이 4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운 것은 그해 22승을 수확한 다니엘 리오스였다. 이 때문에 김광현과 리오스의 선발 맞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불렸다.

13년이 흐른 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예상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는데, 실트 감독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선발로 ‘신인’ 김광현을 예고했다.

2019시즌을 마친 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팀당 60경기만 치른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에는 애덤 웨인라이트, 잭 플래허티로 이뤄진 원투펀치가 있었기에 신인 김광현을 가을야구 첫 판의 선발 투수로 낙점한 것은 놀라운 선택이었다.

김광현을 ‘깜짝 카드’로 내세운 결과는 사뭇 달랐다.

2007년 10월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7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탈삼진을 무려 9개나 솎아내는 괴력투였다.

김광현의 호투를 발판삼아 4-0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흐름을 바꾼 SK는 한국시리즈 5, 6차전을 모두 이기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시리즈 4차전을 마친 뒤 김성근 전 감독은 “SK에서 큰 투수, 어마어마한 투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전 감독의 말대로 김광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13년 뒤 또다시 깜짝 카드로 나선 김광현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김광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0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NLWC·3전2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6-3으로 앞서가는 상황이었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김광현은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OPS(출루율+장타율) 4위, 팀 득점 3위(325점)에 오른 샌디에이고 타선을 상대로 고전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좀처럼 속지 않았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때려냈다. 직구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었다. 체인지업은 단 3개를 던졌는데 2개가 안타로 연결됐다.

김광현은 1~3회 매 이닝 선두타자를 내보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1, 2회말에는 희생플라이로 1점씩을 내줬고, 3회에는 안타 3개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이 때문에 투구수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국제대회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김광현이지만, 이날은 긴장한 듯 직구와 슬라이더 모두 제구가 다소 흔들렸다.

김광현은 4회말 2사 후 트렌트 그리샴에 볼넷을 헌납한 뒤 교체됐고, 승리도 불발됐다.

이날 상대가 벼르고 별렀던 샌디에이고였기에 김광현의 아쉬움은 더 크다.

김광현은 2014년 12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당시 샌디에이고가 포스팅 비용 200만달러를 적어내 단독 협상권을 얻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연평균 보장액 100만달러 수준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조건이 기대를 밑돌자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의 제안을 거절하고 SK에 남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김광현에게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김광현은 당시의 아픔을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3년 전처럼 강한 인상을 심지는 못했으나 김광현은 4회까지 버티면서 팀의 리드는 지켜냈다. 이날의 아쉬움이 김광현에게는 큰 경험으로 남을 전망이다. 세인트루이스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면, 김광현은 설욕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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