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K리그의 브라질 천하, 이번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7월 30일 05시 30분


울산 주니오-대구 세징야-전북 구스타보-전남 에르난데스(왼쪽부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전북 현대
울산 주니오-대구 세징야-전북 구스타보-전남 에르난데스(왼쪽부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전북 현대
K리그 최초의 외국인 선수는 출범 첫 해인 1983년 포항제철에 입단한 호세와 세르지오다. 이들의 국적은 브라질이다. K리그와 삼바축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브라질의 아성은 갈수록 굳건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올 시즌까지 등록된 전체 외국인 895명 중 48.4%(433명)가 브라질 출신이다. 같은 남미인 아르헨티나나 콜롬비아(이상 13명)와는 비교가 안 된다. 브라질은 전 세계 프로 무대에 선수를 공급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다. 또 기량이 뛰어나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브라질로 눈길을 돌린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돈과 명예를 거머쥔 경우는 부지기수다. 근래 K리그를 평정하고 중국이나 중동으로 이적한 말컹이나 조나탄, 로페즈, 완델손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의 한 구단 관계자는 “K리그는 거칠고 압박이 심한 무대인데, 여기서 성공하면 아시아권에서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 출신들이 K리그를 발판삼아 중동이나 중국으로 이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K리그는 매력적인 곳이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개막 전부터 브라질 출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K리그1(1부)에서는 주니오(울산 현대)를 비롯해 세징야, 에드가(이상 대구) 펠리페(광주) 호물로(부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K리그2(2부)에서는 안드레, 바이오(이상 대전) 레안드로(서울이랜드)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17골로 1부 득점 선두인 주니오는 울산의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15골·10도움)의 주인공인 세징야도 8골·3도움으로 거침이 없다. 펠리페(6골)와 호물로(4골)도 팀 공헌도가 높다. ‘역대급 공격수’로 평가 받는 안드레는 2부 득점 2위(9골)로 대전(2위)의 선두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레안드로(5골)의 활약도 이름값에 걸맞다.

여름이적시장은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불황이었다. 특히 외국인 영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1부 5명과 2부 5명 등 총 10명이 전부다. K리그 내에서 이동한 3명을 빼면 새 인물은 7명인데, 그 중 5명이 브라질 출신이다. 이로써 1부의 브라질 출신 비율은 26.8%(11/41명), 2부는 44.1%(15/34)다.

새 인물 중 구스타보(전북)가 단연 돋보인다. 1부 13라운드 FC서울과 경기를 통해 첫선을 보인 그는 ‘물건’이었다. 헤딩으로 데뷔 골을 기록했는데. 상대와의 몸싸움과 점프력, 그리고 긴 체공 시간까지 분명 한 수 위의 기량이었다.

전남의 21세 공격수 에르난데스도 눈길 끄는 재목이다. 브라질 명문 그레미우 유소년팀 출신으로 올해 1군 계약을 한 그는 코로나19로 브라질 리그가 연기되는 바람에 K리그로 향했다. 그는 2부 12라운드 경남전에서 교체 투입 10분 만에 동점골로 신고식을 했다.

대전 에디뉴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K리그 최단신(159㎝)이지만 빠르고 기술이 뛰어나며, 공격형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하다. 안드레, 바이오 등과 함께 브라질 3총사가 엮어낼 시너지 효과가 기대를 모은다.

인천도 구스타보(전북 구스타보와 동명)와 까뇨루 등 브라질 듀오와 계약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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