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FC서울, 승부처는 ‘기성용 복귀 후’가 아닌 ‘복귀 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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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하락세를 끊어내지 못하면, 기성용이 가세한 뒤에도 어려울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지금의 하락세를 끊어내지 못하면, 기성용이 가세한 뒤에도 어려울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마치 2번째 악몽을 꾸는 듯하다. 좀처럼 갈지 자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2020시즌 FC서울의 이야기다.

FC서울은 지난 2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워낙 누수가 많아 이미 힘겨운 경기가 점쳐졌던 경기인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서울은 중원의 핵심 퍼즐인 오스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여기에 울산에서 임대 영입한 윤영선과 기존의 주축 김남춘 등도 부상이다. 김주성-정현철-김원식으로 꾸린 스리백은 고육책과 다름없었다. 실전에서 가동한 적 없던 이 조합은 잔실수를 남발하더니 결국 무너졌다.

전반 12분 첫 실점이 나왔다. 전북 쿠니모토 앞에서 좌측면 수비 3명이 완벽히 무너지며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한 게 문제였다. 양한빈 골키퍼가 쳐내기는 했으나 이것이 한교원 앞으로 향하면서 실점을 헌납했다. 두 번째 실점 역시 수비진 실수가 빌미가 됐다.

이번에는 오른쪽이 허술했다. 국가대표 우측 풀백 이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영리하게 볼을 간수하고 있던 것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게 화근이었고 결국 이승기한테 또 한 방을 얻어맞았다. 두 장면 모두 2명 이상이 공 소유자에게 달려들었으나 ‘협력’이 되지 않았고 외려 서로 방해하다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전 상황으로 사실상 승패는 갈렸다.

전북은 후반 들어 구스타보와 바로우 등 여름이적시장에서 영입한 특급 외인들을 차례로 투입하면서 더 무서운 공격력을 가동했다. 그리고 서울은 후반 17분 구스타보의 타점 높은 헤딩 슈팅에 또 한골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서울은 지난 5월31일 성남과의 4라운드부터 6월20일 울산과의 8라운드까지 치욕의 5연패에 빠졌었다. 시즌 첫 번째 악몽이었다. 6월27일 인천을 1-0으로 꺾고, 7월4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끌려가다 3-3 무승부를 만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10일 부산전(0-2) 패배를 시작으로 18일 포항전(1-3)에 이어 전북과의 경기까지 다시 3연패다.

13R까지 마친 현재 서울은 3승1무9패 승점 10점으로 11위에 머물고 있다. 서울보다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은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5무8패 승점 5) 인천유나이티드 뿐이다.

공수 밸런스가 완벽하게 무너졌다. 경기 당 1골을 넣는 것이 어려운데 꼬박꼬박 2골 이상 내주고 있으니 승리는 요원하다. 13경기에서 서울이 뽑아낸 득점은 10개에 그치는데 무려 29점을 실점했다. 리그 최다실점 불명예. 단단한 조직력 구축으로 일가견 있는 최용수 감독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적잖은 팀들이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전력보강을 도모했으나 서울은 이마저도 잠잠했다. 외국인 스트라이커 페시치가 떠난 최전방 자리에 다른 외국인 공격수가 들어오지 않겠나 싶었으나 결국 소득이 없었다. FC서울이 건진 유일한 희망은, 기성용의 컴백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지며 기성용을 향하는 FC서울 팬들의 시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이 그림은 좋지 않다. 11년 만에 리그로 컴백하는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큰, 근 1년가량을 실전 필드에서 멀어져 있어 몸도 마음도 정상적이지 않을 기성용 입장에서도 ‘난세의 영웅’을 기다리는 분위기는 달가울 것 없다.

기성용 자신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8월에나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 했고 최용수 감독 역시 “지금 당장 기성용의 출전은 어렵다”고 현실을 말했다. 하지만 날개 없이 추락하는 현 상황에서 언제까지 ‘침착한 준비’가 가능할 것인지도 우려스럽다.

기성용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시점은 8월 중순 쯤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그 전까지 FC서울은 FA컵 8강 포함 2~3경기 가량을 더 소화해야한다. 지금은 슈퍼맨을 기다리기보다 내부적으로 일어서야한다. 악몽을 꾸고 있는 FC서울이 승부를 걸어야할 타이밍은 ‘기성용 복귀 후’가 아니라 ‘기성용 복귀까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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