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던 신발 신는다” 허문회 감독의 3-6-9 관리야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7월 15일 05시 30분


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단을 철저히 관리했던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48)이 변화를 선언했다. 144경기를 30경기 단위로 쪼개 드라이브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른바 ‘3-6-9 관리야구’의 새로운 장이 임박했다.

허 감독은 개막 직후부터 선수단 운용에 대해 “30경기 시점부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선수단을 지켜봐왔지만 시즌 때 모습은 알 수 없던 상황. 선수단의 색깔을 파악한 뒤 30경기 이후부터 개입의 빈도를 늘리겠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첫 30경기서 5할 승률(15승15패)을 기록한 뒤 2군 선수들의 콜업 빈도가 늘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없었다. 그 뒤 13일까지 26경기에선 12승14패에 그쳤다. 허 감독은 60경기 이후부터는 좀더 변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무리 경기수를 쪼개 운영하더라도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180도 다른 운영을 하긴 어렵다. 기존의 틀에서 조금씩 바꾸는 방식이다. 14일 사직 LG 트윈스전에 앞서 허 감독은 “초반엔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정석대로 했다. 이제 60경기 시점을 넘어가면 조금씩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령 전날까지 연투를 했거나 직전 경기 투구수가 많았던 투수에게는 불펜에서 아예 스파이크를 벗고 있도록 지시하는 게 지금까지의 운영이었다. 하지만 60경기 이후부터는 신발까지는 신긴다. 90경기 이후에는 스파이크 끈까지 동여매고 등판을 준비하도록 만들 참이다.

결국 선수를 소모품처럼 쓰지 않겠다는 철학이 만든 결정이다. 허 감독은 “선수들은 롯데그룹의 재산이다.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기 때문에 그 자산을 막 쓸 수 없다”며 “60경기 이후에도 선수들을 막 쓰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가능성을 열어두고 융통성을 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이 꼽은 승부처까지는 40경기 가까이 남았다. 그때까지 선수단을 관리해 힘을 비축해둔 뒤 치고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리했던 롯데가 달라질 때가 가까워온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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