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에서 동경했던 선배인 가드 이대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오리온의 포워드 이승현이 지난 시즌 최하위 불명예를 쓴 팀의 부활을
다짐했다. 이승현이 공을 소유하면서 코트를 넓게 휘젓는 플레이를 즐기는 이대성을 위해 코트에서 항상 든든한 ‘벽’이 되겠다는
의미로 포즈를 취했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말 한 팀에서 같이 뛰고 싶었던 가드인 (이)대성이형이 왔잖아요. 형 때문에 40분을 전부 뛰어도 힘이 남을 것 같아요. 대성이형이 코트에서 자유롭게 ‘놀도록’ 무조건 벽이 되고 길을 터줘야죠.”
프로농구 오리온의 대들보 이승현(28·197cm)이 요즘 신났다. 고려대 재학 시절 패기 넘치는 파이팅과 집념으로 ‘두목호랑이’라 불렸던 면모가 다시 보인다. 이유는 이대성(30·사진)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에서 만나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가드로 동경했던 이대성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KCC를 떠나 전격적으로 오리온 유니폼을 입게 돼 무척 들떠 있다.
이대성은 오리온 이적 후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이승현을 치켜세워 주고 있다. 특히 이승현의 스크린(상대 수비자의 진로를 일시적으로 가로막는 움직임) 기술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에게 자주 걸어 달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에 이승현은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다. 공 소유를 많이 하면서 돌파를 즐기는 대성이형의 파트너로 내가 딱 맞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가대표에서 맞춘 스크린을 활용한 이대성과의 ‘픽앤드롤’(스크린을 이용해 득점 기회를 만드는 2 대 2 플레이) 공격 호흡은 척 하면 척이다. ‘영업 비밀’을 과감히 공개할 만큼 자신이 있다. 이승현은 “픽앤드롤 돌파 상황의 경우, 대성이형이 치고 들어올 때 내가 대성이형 수비수를 정석이 아닌 비스듬히 사선 형태로 막아선다. 순간 대성이형이 내 몸과 밀착하면서 스피드를 살려 돌파하는데 수비수가 따라가지를 못한다. 대표팀에서 자주 시도했다”고 말했다.
움직임이 많은 이대성과 새롭게 다양한 스크린 상황이 나올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승현은 “한쪽 코너에서 반대편 코너로 ‘스윙’을 하며 슛 기회를 노리는 선수를 스크린해 주는 게 가장 재미있는데, 이 스크린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가 전준범(현대모비스)이다. 이제 대성이형이 제일 잘하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트에서 기복 없이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스타일이라 티가 나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팀이 최하위로 처지면서 내심 많이 힘들었다. 이승현은 “농구 하면서 5연패, 6연패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 뒤로 목표감을 상실하고 집안의 힘든 일까지 겹쳐 꽤 오래 농구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었다. 이승현은 “신인상도 받고 우승도 해보고 최우수선수(MVP)도 되고… 목표를 다 이루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 아버지가 폐암 판정을 받았다. 도저히 농구를 할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당시 추일승 감독에게 농구를 그만두겠다고까지 말했다”며 “그런데 ‘아버지의 유일한 행복이 너 농구 하는 거 보는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가드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면서 그는 자신의 농구 ‘색깔’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대성이형이 오면서 ‘이승현 농구’가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에이스’가 아니고, ‘중간 다리’이고, ‘조력자’잖아요. 그리고 기록지를 안 보는 선수고요. 제가 ‘빵점’을 넣더라도 대성이형이 맹활약하고, 팀이 이기도록 하는 게 다음 시즌 제가 가야 할 길인 것 같아요.”
강을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오리온은 의기투합한 이대성과 이승현의 새 조합을 앞세워 다음 시즌 재도약을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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