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리빙 레전드의 ‘마이 팀 올 더 베스트’ ④] 염기훈 “‘통곡의 벽’ 마토를 어떻게 잊죠?”

  • 스포츠동아

수원 염기훈. 스포츠동아DB
수원 염기훈. 스포츠동아DB
염기훈(37·수원 삼성)은 K리그 최고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를 거치며 ‘원 클럽 맨’의 길은 걷지 않았으나 2010년부터 수원 유니폼을 입고 지금에 이르렀다. 경찰축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다한 시기만 제외하면 꾸준히 ‘수원 맨’으로 활약했다. K리그 통산 371경기에서 73골·106도움을 올린 그는 수원에서 259경기(45골·73도움)를 소화했다.

염기훈은 조나탄(브라질·톈진 테다)을 수원 최고의 골잡이로 기억한다. 2016년 푸른 유니폼을 입은 조나탄은 두 시즌 동안 32골·5도움을 기록했다. “워낙 개성이 강해 선배들의 꾸중도 많이 받았지만 그 이상으로 깊은 정이 들었다. 골 감각과 해결사 능력, 폭발적인 스피드와 헤딩까지 모든 걸 갖췄다”고 회상했다.

공격 2선을 꼽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원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뽐낸 산토스와 수원 유스 출신인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다. 산토스에 대해선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치켜세웠다. 경기를 뛰다 구토를 할 정도로 모든 힘을 쏟는 선수는 어디에도 흔치 않다. 실력은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의 모습까지 프로페셔널의 전형이었다.

권창훈은 폭풍성장이 강렬했다. 수원 유스가 인정받기까지 가장 큰 힘을 보탰다. “매년 기량이 급성장했다. 단순히 출신을 떠나 실력에서도 역대 베스트11에 해당한다. 언젠가 수원으로 컴백하리라 믿는다.”


중원은 김두현(수원 코치)과 사리치(보스니아)를 선정했다. 둘은 패스 마스터다. 예상할 수 없는 킬 패스에 상대 수비는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사리치는) 현역 보스니아대표의 클래스를, (김두현은) 남보다 두세 수 앞서 플레이하는 느낌을 줬다. 경기의 질을 바꿔줬다”고 평가했다.

수비라인은 ‘통곡의 벽’ 마토(크로아티아)와 곽희주(용인FC 원삼)가 단연 최고였다. 팀에 대한 자부심이 가장 강했고, 남다른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후배·동료들을 챙겼다. “마토는 수비력과 제공권 장악이 대단했다. 수비수임에도 순도 높은 프리킥을 찼다. (곽)희주 형은 말이 필요 없다. ‘수원의 올타임 베스트11’도 내가 아닌 형이 뽑아야 한다”고 웃었다.

좌우 풀백으로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꾸준히 함께 한 홍철과 오범석(강원FC)을 뽑았다. 팀이 어려울 때 종종 예기치 못한 한 방을 터트린 홍철은 염기훈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 오범석은 몸이 가장 좋을 때 수원에 입단해 맹위를 떨쳤다.

염기훈은 수원 최강 골키퍼로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의 활약도 잊지 않는다. “항상 든든했다. 많은 수문장들과 함께 했어도 내게는 가장 강렬한 선수였다. 키핑 범위가 넓었고 정말 듬직했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