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여! 이젠 너희들이 누군가의 꿈이 되어라

정윤철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0-04-01 03:00수정 2020-04-0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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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전설들, 가슴 벅찬 과거와 미래 주역들에게 주는 조언
숨죽이고 지켜보던 ‘여왕’의 무결점 연기가 끝났을 때 온 국민의 심장도 쿵쾅거렸다. 차가운 빙판에서 새 역사가 쓰이게 됐다는 뜨거운 감격 때문이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가 애국가를 부르다 눈물을 흘릴 때는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2010년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30)가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순간이다. 2002년 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꿈을 키우던 12세 유망주 김연아를 일찌감치 소개했던 동아일보는 ‘연아야 고맙다’는 신달자 시인의 시와 함께 금빛 소식을 전했다. 이 지면을 본 김연아는 “벌써 10년이 흘렀지만 선수 생활 중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다. 지금도 ‘어떻게 긴장감과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은퇴한 그는 학업과 함께 ‘차세대 여왕’을 꿈꾸는 후배를 양성하기 위해 원 포인트 레슨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김연아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작품 안무에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는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의 영웅들과 오랜 세월 호흡해 왔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들이 돌아본 지난날의 소회와 미래의 주역이 될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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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9)은 대한민국 거리를 붉게 물들였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가 된 그를 두고 현재 한국 축구 에이스인 손흥민(28·토트넘)은 “후배들이 EPL에서 뛸 기회를 열어준 선구자”라고 말한다. 박지성은 평발이어서 발에 피로를 쉽게 느끼고 경기가 끝나면 발이 퉁퉁 붓기도 한다. 하지만 ‘산소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성실함과 강한 체력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박지성은 “많은 응원이 있었기에 나 스스로에게 가졌던 기대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며 주위를 향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더 큰 세상을 향하는 유망주들에게는 “무엇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 힘든 순간에 찾아온 금메달이었기에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뭉클합니다.”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딴 ‘골프 여제’ 박인비(32)의 말이다. 그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잇는 인대가 늘어난 부상을 안은 채 세계 골프 사상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우승)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14세 때인 2002년 한국인 최초로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본보 사회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리는 그는 “후배들도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를 꿈꾸는 후배들이 선배를 뛰어넘어 새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 농구(4위)에서 한국 최초의 올림픽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던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48)는 “제2의 전주원보다 제1의 누군가가 되기를 꿈꿔야 한다. 주인공이 되겠다는 꿈이 있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여자 농구 사령탑이 유력한 그는 “고비가 왔을 때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농구’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21년째 깨지지 않는 마라톤 한국기록(2시간7분20초·2000년) 보유자인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0)는 “후배들이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더 많은 땀을 흘리길 바란다. 세계적 선수들과 선두 그룹에서 경쟁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32세 동갑내기인 한국 야구의 간판 투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과 ‘배구 여제’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은 변함없는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멤버로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 김광현은 “베이징 올림픽 때는 최고의 선배들과 같이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신인의 마음과 부담을 즐기는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배구에서 한국의 4강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상까지 거머쥐었던 김연경은 “힘들 때마다 도쿄 올림픽이라는 나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도 목표를 가지고 즐기면서 운동을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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