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선수에서 베스트 시즌까지, 김홍정의 날개가 된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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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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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김홍정. 스포츠동아DB
KB손해보험 김홍정. 스포츠동아DB
마침내 꽃을 피웠다. KB손해보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센터 김홍정(34)은 팀에서 갖는 막중한 책임감을 ‘베스트 시즌’으로 되돌려내고 있다.

KB손해보험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09년 삼성화재에서 수련선수로 출발한 그는 실업팀 용인시청과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 등을 거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러나 2017년 체질 개선을 꾀했던 KB손해보험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후 배구 인생이 달라졌다. 2018~2019시즌 생애 첫 자유계약(FA)을 성사시키며 가치를 인정받았고, 2019~2020시즌에는 핵심 선수로 거듭나 개인 블로킹 2위(세트 당 0.787개)를 기록 중이다. 데뷔 이래 해당 부문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을 품고 있다. 김홍정은 “우리 팀에는 아직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니 코트에 있는 6명 모두가 제 몫을 확실히 해줘야 승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승리에 더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센터는 블로킹이 최우선이다. 내가 어떻게든 책임지고 해줘야 양쪽 날개 공격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어느덧 후배들을 이끌어 줘야하는 나이가 됐다. 책임감을 갖고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다 보니 계속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홍정이 중앙에 단단한 철벽을 세워주는 덕분에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이선규, 우리카드로 이적한 하현용의 공백은 느낄 틈이 없다. 블로킹 8위 박진우(세트 당 0.513개)와 시너지를 이루면서 팀의 새로운 무기가 됐다. 2018~2019시즌 6위(세트 당 1.958개)에 그쳤던 팀 블로킹 성적이 2019~2020시즌 2위(세트 당 2.593개)로 수직 상승했다. 스스로도 “팀에 가장 많은 힘을 보태고 있는 시즌”이라고 뿌듯해하며 “기술적인 변화는 없다. 경기를 많이 뛰다보니 블로킹 타이밍을 맞추는 부분에서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때 개인 블로킹 1위에도 올랐지만, 여전히 개인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런 시즌을 보내는 것이 처음이다. 초반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욕심이 생겨 힘이 들어가고 마음도 조급해지더라”고 돌아본 김홍정은 “기록과 상관없이 즐기면서 하기로 했다. 내가 블로킹을 못 잡아도 팀이 이기면 좋은 것 아닌가. 반대로 내가 아무리 많은 블로킹을 해도 팀이 지면 의미가 없다”고 털어놨다.

생후 10개월이 된 아들 김유한 군에게서 큰 힘을 얻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와 곁을 지켜주는 자체만으로도 김홍정에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힘든 일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버텨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이 오늘을 있게 했다”던 김홍정은 “아직은 아빠가 배구 선수라는 걸 모른다. 아이가 경기장에 오면 사진도 최대한 많이 찍어두고 있다”고 슬며시 미소 지었다.

리그 하위권으로 밀려나 있는 KB손해보험은 브람을 교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후반기 분위기 반전의 출발점이다. “팀원들과 소통을 정말 많이 했다. 근래 팀이 하나로 뭉치는 끈끈한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고 반긴 김홍정은 “후반기에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다”고 소망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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