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전성기’ 김광현이 선보일 가을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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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즌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당시 2% 아쉬웠던 건 에이스 김광현(31)의 ‘관리모드’였다. 팔꿈치 수술로 2017시즌을 통째로 쉰 김광현은 지난시즌 복귀해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준수한 기록이었지만 경기당 100구를 넘기지 않고 한 시즌 110이닝 제한을 걸어 김광현이 완전히 연소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김광현이 비로소 김광현다운 모습을 보여준 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였다. 한국시리즈 4차전(2018년 11월 9일)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광현은 6차전을 앞두고 “(우승이 눈앞인데) 아플 거 생각하고 안 던지나”라며 의욕을 보인 뒤 팀이 5-4로 앞선 13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매듭지었다. 이날 그가 던진, 그해 가장 빨랐던 시속 154km짜리 패스트볼은 상대 타자를 얼어붙게, 야구팬들을 설레게 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관리모드 탈피’를 선언한 김광현은 설렘을 ‘느낌표’로 팬들 앞에 유감없이 선보였다. 개막전(KT전)에서 6이닝 투구를 선보인 김광현은 두 번째 등판인 키움전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거둔 뒤 매달 기복없이 평균자책점 2점대 투구를 선보이며 빠른 페이스로 승수를 쌓아갔다.

두산에 린드블럼이 있었다면 SK에는 김광현이 있었다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을 시즌. 다승(17승·리그 2위), 평균자책점(2.51·3위), 탈삼진(180개·2위), 이닝(190과 3분의 1이닝·3위) 모두 김광현의 ‘커리어하이’ 시즌인 2010년에 근접한 기록들이다. 가장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던 김광현을 보유한 SK는 2010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냈다.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던 SK가 시즌 막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며 두산의 매서운 추격에 직면했을 때 팀을 수렁에서 건져낸 주인공도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막판 3경기(21이닝)에서 2승 평균자책점 1.29로 평소보다 더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시즌 마무리 투수 등이 불안했던 SK는 올 시즌 ‘세이브왕’ 하재훈(36개)을 필두로 서진용, 박희수, 정영일 등 허리가 탄탄하다. 한 시즌 내내 선발로 뛰던 문승원도 가을야구를 앞둔 시즌 막판 구원으로 마운드에 오르며 점검을 마쳤다. 지난 시즌 모두를 놀라게 했던, 깜짝 마무리 김광현 카드를 꺼내들 여지가 적어진 셈이다.

그만큼 ‘선발 김광현’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하지만 9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아 가을야구에서 좀 더 긴 시간동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지난달 19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 1자책으로 호투하고도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이겼을 것”이라며 분해하던 김광현이다. 그가 선보일 ‘100%’ 가을야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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