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이진영 “제2의 야구인생, 선생님보다는 도움 주는 지도자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2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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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이진영이 경기 전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8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이진영이 경기 전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국민 우익수’ 이진영(39)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선수로서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한국야구의 소중한 자산인 그는 ‘다음’을 기약했다.

이진영은 28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 은퇴식을 거행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한 그를 위해 KT 위즈는 예우 차원의 은퇴식을 약속한 바 있다. 이진영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LG전에서 은퇴식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양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진영은 선수 시절 KBO리그에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데뷔한 그는 SK 와이번스와 LG, KT를 거치며 20년간 216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5, 169홈런, 979타점을 기록했다. KBO 역대 7번째 2100안타와 13번째 3000루타 등의 굵직한 기록도 남겼으며, 2006·2009·201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베이징올림픽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특히 2006WBC 한일전에서 보여준 다이빙캐치는 수많은 야구팬 뇌리에 여전히 선명하다. 현재는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코치 연수 중이며, 2019프리미어12 대표팀 전력분석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이진영의 은퇴식을 축하하기 위해 나창기 전 군산상고 감독, 조범현 전 KT 감독 등이 경기장을 찾았다. 밤부터 내린 비에 은퇴식 진행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행사를 앞두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갰다.

그는 은퇴식을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잠을 설쳤다. 하지만 막상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나오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좋은 추억이 생기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20년 동안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대표팀에서의 영광부터 KT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던 것까지 전부 기억이 난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참 길었던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굵직한 기록을 여러 개 남겼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2000경기 출장·2000안타 달성이다. KBO 역사상 다섯 명만 남긴 대기록이다. 이진영도 “군산에서 야구를 시작한 시골 촌놈이 이름 석 자를 남기도록 해준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28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이진영이 경기 전 열린 사인회에서 어린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8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이진영이 경기 전 열린 사인회에서 어린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진영은 은퇴식에 앞서 팬 사인회를 가졌다. KT 측은 LG 시절 응원가 파일까지 공수해 재생하는 정성을 보였다. 이진영은 “선수 생활 마지막 팬 사인회라고 생각하니 평상시와 달랐다. 몇몇 팬들이 눈물을 보이셨다. 나 역시 울컥했다”라면서도 “또다시 팬 여러분들 앞에 돌아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잠시만 안녕. 이진영은 지도자의 길에 첫발을 내딛었다. 선수 시절 수많은 지도자를 경험했던 그는 “선수 생활 초년병까지만 해도 코치들은 ‘선생님’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을 도와주는 지도자가 되길 원했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것 같다. 나 역시 형으로, 선배로 후배들을 돕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민 우익수는 은퇴식을 끝으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국민 코치, 국민 감독을 꿈꾸고 있다. 지도자 인생의 첫발을 뗀 그는 천천히 먼 여정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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