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다 9연승에도…이강철 감독은 그 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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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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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여러 가지를 생각 중입니다.”

KT 위즈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10-3으로 승리하며 9연승을 질주했다. 올 시즌 KBO리그 전체 구단 가운데 최다 연승이다. 종전 5연승이던 구단 최다 연승기록은 무려 네 단계나 올라갔다. ‘설레발’처럼 여겨지던 5강도 이제 손에 잡힐 수준까지 왔다.

환골탈태다. 지난해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던 KT에게 연패는 익숙했고, 연승은 낯설었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개막 12경기 2승10패로 시즌을 시작하는 등 승보다 패가 많았다. 이강철 감독도 “선수들이 연패에 대처하는 노하우는 쌓였지만 연승이 끊긴 뒤 허탈감에 잘 대처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사령탑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플랜 B, C를 짜둬야 한다. 연승의 안도감에 마냥 도취한다면 언젠가 그 흐름이 꺾였을 때 대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긴 연승은 후유증을 동반한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긴 연승 후 연패보다는 연속 위닝시리즈로 승패가 어느 정도는 반복되는 상황을 선호한다.

이강철 감독은 “여러 카드를 고민 중이다. 그중 하나는 오프너”라고 설명했다. 연승 행진이 멈춘 후 곧바로 연패가 이어진다면, 선발투수들의 부담은 평소의 몇 배다. 이때 오프너를 가동해 선발진의 부담을 덜고 불펜진의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연승 과정 중에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승리한 9경기에서 불펜투수는 26차례 등판했는데, 이들 중 이닝 도중에 마운드를 내려간 건 단 두 번에 불과하다. 소위 ‘이닝 쪼개기’를 최소화한 것이다. 약간은 흔들리더라도 믿음을 줬다. ‘클로저’ 이대은이 4연속경기(월요일 휴식일 포함) 등판한 걸 제외하면 연투에 대한 리스크도 충분히 관리했다. 이대은을 필두로 주권, 정성곤, 전유수 등 양과 질을 갖춘 필승조를 효율적으로 활용 중이다. 선발진이 모두 5이닝 이상 버텨준 영향도 크지만, 무리한 이닝 쪼개기를 했다면 장기 연승 기간 퍼지는 선수가 나왔을지 모른다. 연승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필승조의 힘을 비축해뒀기 때문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이 감독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하는데, 때로는 물이 흘러나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승을 이어가고자 무리하는 대신 그 다음 스텝을 생각하는 것이다. KT는 지금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대전|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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