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으로 전술 수정한 정정용의 도전…끝까지 간다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32분


코멘트

[U-20 월드컵]
16강에서 일본 1-0으로 꺾고 6년만의 8강 견인

정정용호가 U-20 월드컵 8강에 올랐다. 수장의 과감한 선택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정용호가 U-20 월드컵 8강에 올랐다. 수장의 과감한 선택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정용 감독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도자다. 대학 졸업 후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서 뛴 것이 마지막일 정도로 현역 시절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프로 경력은 없다. A대표팀은 물론이고 연령별 대표 경력도 거의 없다.

하지만 좋았던 선수가 반드시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또 공부했던 정 감독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FIFA U-20 월드컵’ 16강에서 후반 39분 오세훈의 극적인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3년 터키 대회 이후 6년 만에 대회 8강 고지를 밟은 한국은 이제 세네갈과의 대결을 통해 역대 최고성적인 1983년 4강 신화 재현에 도전한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조별리그 최종 3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때와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193cm의 장신 오세훈과 에이스 이강인 투톱이 재가동됐다. 오세훈이 보다 앞에 서고 이강인이 그 아래서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는 형태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을 중심으로 조영욱과 김정민이 허리라인 중앙을 책임졌고 최준과 황태현이 좌우 윙백을 맡았다. 스리백 수비라인은 이재익-김현우-이지솔로 꾸려졌으며 골문은 이광연 골키퍼가 지켰다. 한국은 이 조합으로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은 바 있다.

뚜껑을 열자 기대와는 어긋난 전개가 펼쳐졌다. 주도권을 일본이 쥐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정확한 패스워크를 앞세워 ‘점유율 축구’에 능한 일본이기에 이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게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정 감독은 점유율에 크게 연연하지도 않았다.

다면 일본이 흐름을 잡는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일본이 생각보다 강하게 압박했고, 강한 것을 넘어 거칠기까지 했다. 다소 수비 쪽에 치중하다 역습으로 한방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외려 지배하려 했다. 실제로 통했다. 전반전 점유율은 70-30에 가까울 정도로 일본이 일방적이었다.

이것에 대처하는 한국 벤치의 판단이 빨랐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센터백 이지솔을 빼고 공격수 엄원상을 투입, 포백으로 전환하는 공격적 선택을 내렸다. 발 빠른 엄원상이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면서 이강인-오세훈에 국한되던 공격 루트가 조금씩 범위를 넓혀 나가며 흐름을 바꾼 것이 이날의 ‘결정적 한수’였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 후 “꼭 이겨야하는 경기라는 것을 선수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반전에 의외로 고전했다”고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뒤 “그런데 후반에 시도한 전술적 변화를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그것이 맞아떨어졌다”며 도전적인 변화가 승리의 원동력이었음을 전했다.

경기 중에 과감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어린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더더욱 판단을 망설이게 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고, 자신을 믿었다. 결과는 최상이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 값진 열매를 따줬기에 정정용호의 행보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회를 앞두고 정정용 감독은 “한계에 도전해 보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일본전이 끝난 뒤로는 “이 도전, 끝까지 가보겠다”고 외쳤다. 고비는 넘었다. 이제부터는 즐길 수 있는 배경이 마련돼 더 기대되는 도전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