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최고였던 강성훈의 어버이날 선물, 마침내 PGA 투어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13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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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강성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지방송에서 캐스터는 “31세의 성 갱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들었지만”이라고 강성훈(CJ대한통운)의 우승순간을 말했다. 159경기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8년 만에 강성훈이 첫 승리를 거뒀다. 역대 한국인선수로서는 6번째이자 통산 16승째의 PGA 투어 우승이다.

강성훈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트리니티 포리스트 골프클럽(파71·7558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790만 달러·약 93억22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3개로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마크해 공동 2위 멧 에브리(35), 스콧 피어시(40·이상 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을 밟았다. 우승상금은 142만2000달러(약 16억7800만 원)다. 이로써 강성훈은 최경주(49·SK텔레콤·8승), 양용은(47), 배상문(33·캘러웨이), 김시우(24·CJ대한통운·이상 2승), 노승열(28·1승)의 뒤를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가 됐다.

현지 캐스터의 말처럼 쉽지 않은 우승 여정이었다. 2011년 큰 꿈을 품고 Q스쿨을 통과해 PGA 투어로 뛰어들었지만 낯설고 물선 곳에서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3∼2015년에는 투어카드를 잃었다. 2부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 2016시즌부터 다시 PGA 투어 생활을 이어갔지만 우승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2년 전 셀 휴스턴 오픈에서 2~3라운드 단독선두를 달리다 준우승했던 적이 가장 우승에 근접한 때였다.

2018~2019시즌 강성훈은 안정적으로 시즌을 이어나갔다. 소니오픈에서 톱10을 차지했고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공동 6위를 했다. 우승의 여신은 강성훈에게 조용히 아주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지만 158번째 대회까지는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 10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61타를 친 장면이 우승으로 인도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16언더파로 단독선두. 4타차였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3라운드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악천후로 6시간을 대기한 끝에 9라운드만 소화했다. 1타만을 줄였다. 선두자리를 넘겨줬다. 최종일은 27홀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다행히 3라운드 잔여 9홀에서 3개의 버디와 1개의 보기로 68타를 기록했다. 경쟁자들이 주춤거리는 덕분에 3타를 앞선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물론 우승은 그냥 오지 않았다. 쟁취하는 것이었다. 강성훈은 전반 9개 홀에서 2타 밖에 줄이지 못했다. 13번 홀까지 맷 에브리와 공동선두로 팽팽했다. 우승의 여신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꽉 잡은 순간은 431야드 파4 15번 홀이었다. 23피트(약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강성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쟁자 에브리는 스리퍼트 보기를 하며 주저앉았다.

14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했던 강성훈은 16번 홀(파4) 버디로 3연속 버디를 완성하며 추격자들이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파3 17번 홀을 파로 막아낸 강성훈은 경쟁자보다 3타 차로 앞선 파4 18번 홀에서는 여유가 있었다. 보기를 기록했지만 우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고향 제주도에서 횟집을 하며 아들의 큰 꿈을 지원해온 아버지에게 보내는 비록 늦게 도착했지만 최고의 어버이날 선물이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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