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 사이에서 199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팀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등장한다.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 등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선발 삼총사를 중심으로 14년 연속 지구우승을 차지했다. 빅리그 역사상 내로라하는 최강 삼총사의 활약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즈음에 태어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KBO리그에서 이들을 롤모델로 맹활약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의 ‘영건 삼대장’ 최원태(22), 이승호(20), 안우진(20)이다.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그들이 말하는 서로의 ‘영웅담’을 직접 들어봤다.
● “경쟁? 부담? 시너지!”
-어린 세 투수의 시즌 초 활약이 놀랍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최원태(이하 최): “승호와 우진이가 모두 씩씩하게 공을 던지고 있는 게 큰 의미라 본다. 정말 10년은 함께할 수 있는 선발진이라 생각한다. 잘하고 있고, 또 더 잘할 가능성도 풍부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궁금하다.”
이승호(이하 이): “삼대장이라는 키워드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싶다. 올해만 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정말 세 명 다 꾸준히 잘하고 싶다.”
안우진(이하 안): “형들이 잘 던져주고 또 많은 걸 알려주니까 참 좋다. 나 혼자 못 던지는 날이 있어도 아직 어리니까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형들의 투구를 보면서 많이 배우려 한다.”
-세 명 모두 동시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되지는 않나?
최: “부담은 전혀 되지 않는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 본다. 오히려 나는 스스로 5선발이라 생각하니 더 부담이 없더라. 서로 좋은 길을 같이 가고 있으니 더 좋은 느낌이다.”
이: “원태형과 우진이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응원을 더 하게 한다. 정말 진심으로 잘 던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서로가 그렇게 진심으로 응원을 하니까 좋은 운도 따르는 것 같다.”
안: “두 형이 앞에서 너무 잘 던지니까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웃음). 그래도 형들이 앞에서 잘 끌어주니까 내게는 큰 도움이다. 상당한 시너지 효과라 본다.”
● 이것만은 꼭 가지고 싶은 서로의 장점
-옆 사람의 무기를 한 가지씩만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을 뽑겠나.
최: “우진이에게서는 당연히 슬라이더다. 그 공만 잘 던질 수 있다면 삼진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승호에게서는 릴리스 포인트를 가져오고 싶다. 워낙 앞에서 공을 던지다 보니 타자들이 타이밍 뺏기가 쉽지 않아 보이더라.”
이: “원태형에게서는 이닝을 순식간에 삭제시키는 능력, 그리고 칼날 제구다. 우진이에게서는 역시 구속이다. 파이어볼러의 전형적인 면모를 참 닮고 싶다. 구속이 나와야 슬라이더도 더 위력을 갖출 수 있다.”
안: “원태형에게 바라는 것은 승호형과 비슷하다. 정확한 제구력 그리고 체인지업도 배우고 싶다. 승호형은 공의 각이 정말 좋다. 좌완 특유의 대각선으로 꽂히는 공들이 정말 위력적이다. 바깥쪽 공은 ‘타자들이 어떻게 치려나’ 싶더라.”
● 야구장 밖 20대 청년들
-야구 외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서로 잘 어울리기도 하나?
최: “물론이다. 셋 다 사는 곳이 비슷해 자주 어울린다. 맛있는 것 먹고, 사우나도 함께 가고, PC방에서 게임도 한다. 일반적인 20대 또래들이 하는 삶을 똑같이 산다고 보면 된다.”
승: “원태형이 동생들을 워낙 잘 챙긴다. 맛있는 걸 먹으면 항상 본인이 계산을 해 미안할 때가 많다. 우리가 잘 모셔야 한다(웃음).”
안: “동네에서 어울릴 일이 많다. 원태형은 지금 조금 멀어졌지만, 가까이서 살 때는 정말 친한 형, 동생 관계처럼 거의 매일 어울렸다.”
-서로를 영화나 TV 속에 나오는 인물과 매치시켜 본다면?
최: “승호는 저팔계(웃음)? 정말 잘 먹는다. 거의 내 먹는 양의 두 배를 소화한다. 워낙 맛있게 잘 먹어서 매번 내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다. 우진이는 만화 ‘메이저’에 나오는 시게노 고로다. 우완이었다가 부상을 당해 좌완으로 변신한 투수인데, 우진이의 재능을 보면 정말 그에 못지 않다.” 이: “원태형은 임창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아는 TV 속 최고의 입담꾼이 바로 임창정인데, 원태형이 워낙 말을 재밌게 잘한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준다. 우진이는 외모적으로 배우 이종석? 영화 속에 나오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무언가 매우 비슷하다.”
안: “내게는 그렉 매덕스가 곧 원태형이다. 평소 부를 때도 ‘덕스형’이라 부른다. 심지어 전화에도 덕스형이라고 저장해 놨다. 만화 같은 성적을 내는 것에 있어 공통점이 있다. 승호형은 안정감 있는 역대 선배님들 모두를 꼽고 싶다. 송진우 코치님처럼 보고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지는 투수, 그런 스타일이다.” ● “10년 뒤에도 선발투수로 함께!”
-한국 야구 10년을 책임질 자원들로 꼽히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자면?
최(이, 안과 함께 셋이 이구동성으로): “평소 서로 생각하는 게 똑같다. 우리 모두 10년 뒤에도 함께, 또 한 팀에서 ‘선발투수’로 뛰는 게 꿈이다. 단순히 올 한 해만을 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꾸준히, 또 길게 잘하는 투수들이 되고 싶다. 10년 뒤 그때도 지금처럼 서로 친하게 야구장 안팎에서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