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냉혹한 골퍼들의 ‘꿈의 무대’…왜 마스터스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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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총 상금이 1250만 달러(약 142억 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모든 프로 골퍼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단연 마스터스다.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이른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모든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다. 11일부터 15일까지 열전에 들어간다.

무엇이 마스터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친동생 나상욱(미국명 케빈 나)을 따라 3차례 마스터스 대회를 참관한 나상현 SBS 해설위원을 통해 마스터스가 특별한 이유를 알아봤다. 꿈 같이 아름답지만 냉혹한 곳이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은 통상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 코스 세팅에 돌입하면 골프장 회원들도 라운딩을 할 수 없다. 그 가운데 아멘 코너로 불리는 11~13번 홀의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 위원은 “아멘 코너는 골프장의 한 쪽 코너에 위치해 있는데 무척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세 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면 누구든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TV 중계화면에는 담기지 않는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다”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측은 이를 위해 잔디 관리와 조경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가족들과 함께 만개한 분홍 철쭉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코스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철쭉꽃은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개막에 맞춰 철쭉이 피게 하려고 대회 주최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쭉나무 주위에 얼음을 놓아 개화를 늦춰왔다. 녹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일정한 색깔의 그린과 한결같이 파란색을 유지하는 연못도 노력의 산물이다. 누렇게 변한 잔디에는 녹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못에도 푸른색 식용 색소를 넣는다.

●숨겨진 발톱


마스터스 우승자는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거의 해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대형사고’가 속출하는 대회가 바로 마스터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2017년 19번째 도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1라운드 15번홀(파5) 한 홀에서만 8오버파를 치며 13타(옥튜플 보기)를 적어 냈다. 2015년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는 2016년 대회 때도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달리다 아멘 코너인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며 2년 연속 그린재킷을 입는 데 실패했다. 매킬로이 역시 2011년 대회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10번홀(파4) 트리플 보기, 11번홀(파4) 보기, 12번홀(파3)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나 위원은 “전 세계 많은 골프장을 가 봤지만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 그린이 가장 빠르다. TV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코스와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엄청 심하다”며 “내리막 라이에 서면 공을 세울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온 그린을 해도 3퍼트가 쉽게 나온다. 그린 핀 위치에 따라 세컨드샷, 서드 샷을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는 대회 기간에 하루 8번씩 잔디를 깎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55야드의 짧은 파3인 12번 홀은 좁은 그린과 워터 해저드,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마스터스는 신비한 대회

장소를 바꿔 여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매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 골프장은 회원 신청을 아예 받지 않는다. 결원이 생길 때 초청장을 발부해 가입 여부를 묻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새 회원을 뽑는다. 300명 내외로 알려진 회원 가운데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가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포함돼 있다.

최초의 흑인 회원은 1990년, 첫 여성 회원은 2012년에야 받아들였다. 곤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 씨가 주인공이었다. 나 위원은 “이 골프장에 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스터스를 신비하게 느끼는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마스터스는 PGA 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고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계랭킹 50위 이내나 전년도 PGA 투어 대회 우승자를 포함한 19가지의 조건에 해당하는 선수들만 초청한다. 4일 현재 2019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쥔 선수는 86명에 불과하다. 5일 시작되는 발레로 텍사스 오픈 우승자가 마지막 1장의 티켓을 잡을 수 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유일하다. 재미동포로 범위를 넓히면 나상욱과 마이클 김 등 3명이 ‘명인열전’에 초대받았다.

●엄격한 갤러리 관리


마스터스에 참가한 ‘골프 명인’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천국의 코스’로 불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려면 갤러리가 지켜야할 사항이 많다.

마스터스에는 ‘대회 기간 중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 전자장비 반입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퇴장되며 영구 입장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금속탐지기로 휴대전화 반입을 탐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마스터스에서는 공중전화에 줄을 서 있는 갤러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수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갤러리는 클럽하우스 근처 워싱턴로드로 불리는 곳에서만 사인을 받을 수 있다. 경기 운영의 디테일한 면까지 신경 쓰는 주최 측은 반입 가능한 비닐봉지 색도 잔디와 같은 녹색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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