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와 특징 갖춘 2선 자원들, 벤투호 허리가 좋아졌다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27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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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권창훈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축구는 전형적인 단체스포츠다. 11명이, 필드 플레이어로만 따져도 무려 10명이 호흡을 잘 맞춰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종목이다. 손이 아닌 발로 큰 공을 차는 것을 주된 동작으로 삼고 있으니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높은 수준이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아직 ‘원맨쇼’를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선수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1인의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스타와 에이스의 유무는 강팀으로 가기 위한 조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전에 다져야할 토대는 ‘팀’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다.

지난 22일 볼리비아(1-0 승), 26일 콜롬비아(2-1 승)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벤투호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2연승이라는 결과물도 고무적이지만 향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 희망을 다양한 ‘조합’ 속에서 보았기에 더 고무적이다.

3월 2연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이 가장 공들였던 것은 다양한 선수들에 대한 확인 작업이었다. 기성용과 구자철 등 기둥들이 은퇴한 상황에서 궁극적 지향점인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동력을 파악해야했다. 부상자들이 발생해 나중에는 24명까지 줄어들었으나 어쨌든 통상적인 소집숫자보다 많은 27명을 불렀던 것은 보다 많은 인원을 보고자 함이었다.

포지션이 미드필드 자원에 집중됐다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벤투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을 비롯해 이재성, 이청용, 이승우, 나상호, 김정민, 황인범, 주세종, 정우영, 이진현 백승호 그리고 18세 이강인까지 2선 자원들을 대거 소집했다. 부상으로 빠진 황희찬 정도를 제외하면 불러들일 수 있는 미드필더들이 거의 모두 호출한 셈인데, 손흥민의 전진배치와 맞물려 어느 정도 조합을 완성해보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백승호, 이강인, 김정민 등 어린 선수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미드필더들을 2경기에 투입했다. 볼리비아전에서는 나상호(이승우)-황인범(이청용)-권창훈(이진현/괄호 안은 교체선수)을 투톱 밑에 두었고 콜롬비아전에는 이재성(권창훈)-황인범-이청용(나상호)을 넣었다. 수비형MF로는 주세종과 정우영이 1경기씩 맡았다.

가장 많은 시선을 받았던 권창훈은 훌륭하게 대표팀 복귀전을 마쳤다. 측면 날개와 중앙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한 권창훈은 현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히는 ‘테크니션’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는 평이다. 과감한 돌파와 감각적인 스킬을 갖춘 권창훈은 ‘개인전술’로 상대 압박을 뚫어낼 수 있는 자원이다.

이재성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추가골을 넣고 이청용과 기뻐하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이재성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추가골을 넣고 이청용과 기뻐하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역시 아시안컵 무렵까지 부상으로 제몫을 하지 못했던 이재성도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물론 콜롬비아전 결승골도 좋았다. 그간 결정력 부재를 지적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던 장면이다. 하지만 이재성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력. 콜롬비아전에서 수차례 가로채기에 성공하는 등 전방에서 상대를 악착같이 괴롭히며 연계 플레이에 일조했다.

황인범은 거의 주전 공격형MF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벤투 감독은 “현재 대표팀 2선 자원들은 모두 멀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 측면과 중앙에서 뛸 수 있다. 황인범 정도만 중앙에 한정된 자원”이라고 말하면서 “황인범은 공수 능력을 모두 갖췄고 전술 이해도도 좋다”는 말로 그곳에 ‘특화된 인물’임을 에둘러 전했다.

볼리비아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이청용은 노련한 플레이로 건재함을 과시했고 아직은 투박한 면이 있으나 이승우와 나상호는 모두 특별한 개인기를 갖추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승우는 역시 과감하고 자신감 넘쳤고, 나상호는 좁은 공간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강호들을 상대로 원 볼란치로 나섰던 주세종과 정우영 역시 헌신적인 움직임과 정확한 킥으로 장점을 어필했다.

벤투 감독은 “전체적으로 옵션이 다양해져서 (2선은)안심이 되는 포지션이다. 이번에 함께 하지는 못했으나 남태희도 있다”면서 “상대에 따라 좋은 조합을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는 말로 흐뭇함을 전했다. 허리가 튼튼하면 잘 흔들리지 않는다. 센스와 특징이 넘치는 2선 자원들 덕분에 벤투호의 조화로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양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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