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영원한 전설’ 이동국, “축구천국이 된 비빔밥 도시, 전주성에서 소중한 추억 쌓아가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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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주는 곧 비빔밥으로 통했다. 이제 그 못지않게 축구도시 이미지도 갖게 됐다.”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40)은 지역 축구 열기를 자랑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과거 대한민국의 축구수도는 다른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이 시대 프로축구 르네상스를 구축한 것은 전북이다.

통산 6차례 K리그를 평정하고 두 차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한 전북은 성적도 열기도 가장 뜨거운 클럽이 됐다. 이렇다할 라이벌도 없다. 오직 전북이 잘나서가 아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통의 명가’들이 주춤한 영향이 훨씬 크다. 남들이 자금 축소를 외칠 때 전북 홀로 할 일을 했다.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애칭)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축구성지가 됐다.

최근 전북 완주군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에게 물었다. ‘언제가 될지 모를 은퇴 순간까지 얻고 싶은 것이 뭐냐’고. 돌아온 답은 이렇다.

“전북은 열혈 팬도 있지만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는 분들도 많다. 할아버지와 아빠, 손녀가 사인을 함께 요청한 모습도 봤다. 어느덧 삼대가 찾는 축구문화가 정착됐다.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짜릿한 감정과 승리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물론 많은 골을 터트려야 할 텐데….”

이동국은 벌써 약속을 지켰다. 1일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홈 개막전(1라운드)에서 1-1로 비긴 전북은 6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ACL 조별리그 G조 홈 1차전에서 1골·1도움을 뽑은 이동국의 활약을 앞세워 3-1 쾌승을 거뒀다.

뿌연 미세먼지를 뚫고 전주성을 녹색물결로 채운 홈 팬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전북 특유의 승리 세리머니 “오오~렐레”를 외치고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2019시즌은 어떻게 전망하나.

“항상 그랬듯이 동계훈련을 치열하게 소화했다. 선 굵은 플레이를 앞세운 기존 강점을 잘 살리되, 새로 오신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께서 원하시는 부분이 정착되면 지난 시즌 이상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최강희 감독이 다롄 이팡(중국)으로 떠나 ‘홀로서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쉽지만 새로운 시작이라고 본다. 모두의 입장이 같다. 훈련방식부터 달라졌고, 플레이 패턴도 바뀌었다. 선수는 결국 지도자의 철학을 따라가야 한다. 우린 지금껏 잘해왔다.”

-모라이스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많이 던지나.

“조직과 팀워크다. 선수들의 돌출행동을 좋아하지 않더라. 물론 새삼스럽지 않다. 전북만의 문화가 있다. 우린 정말 단단하다. 할 일이 많지 않아서인가. 운동중독자도 많고, 톡톡 튀는 성격의 선수도 많지 않다. 집들이 등 가족단위 모임이 아주 흔한 팀이다.”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동안 느낀 모라이스 감독은 어떤 인물인가.

“굉장히 세심하고 철두철미한 분석가 이미지다. 훈련장비와 편의시설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타입이다. 최 전 감독님이 코치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면 모라이스 감독은 직접 확인하는 편이다. ‘아이컨택’도 많고, 스킨십도 잦다. 제스처도 활발하다. 일일이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려는 모습도 많다. (불만은 없나?) 아, 미팅이 좀 길다. 가뜩이나 말씀도 천천히 하시는데, 통역까지 거치다보니 엄청 길긴 하더라(웃음).”

-팀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결코 독단적으로 결정한 적이 없다. 선수들을 항상 존중한다. 우리가 잘한 부분을 억지로 바꾸려하지 않는다. 강요도 없다. 그라운드에서의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한다. ‘정답은 없다. 난 또 하나의 방법을 이야기할 뿐이다. 경기장에서는 너희들이 직접 하는 것’이라는 말씀도 자주 한다.”

-전북의 컬러가 많이 바뀔까.

“축구는 똑같다. 다만 빌드업을 좀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비조직도 많이 강조된다. 굵은 선에 세밀함까지 갖추면 우린 무서울 것이 없다. 옵션이 많다는 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우리에게 유리해진다는 의미다.”

-선수로서 남은 시간 얻고 싶은 건 뭔지.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뭘 욕심내겠나. 단 한 번이라도 더 좋은 감정으로 기억하는 경기를 많이 하길 바랄 뿐이다. 소중한 휴일에 어렵게 시간을 내 경기장을 찾는 분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날이 많았으면 한다.”

-어느 순간부터 ‘팬’을 언급할 때가 많다.

“전주는 이제 내 고향이다. 내게 축구는 삶이지만 팬들의 삶 일부도 축구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 특유의 색채가 있다. 전주는 곧 비빔밥으로 통했는데 지금은 축구도시로도 자부할 수 있다. 선수가 아닌, 팬들의 열정이 모여 만들어진 이미지다. 상대 선수들이 전주성에서 쩔쩔매는 모습, 고개를 푹 숙이는 장면을 보며 팬들이 열광하는 순간이 곧 내 기쁨이다.”

-올 시즌 기대하는 전북은 무엇인가.

“항상 강해지는 팀이 됐으면 한다. 지난해까지 이기는 축구에 무게를 뒀다면 올해는 내용도 잡는 경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조직 플레이로 뭔가 장면을 만들어 득점하는 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일종의 작품이다. 그런 훈련도 많아졌고, 우리도 세밀해지려 노력 중이다.”

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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