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운명’ 양현종·윤석민, 미뤄진 동반 10승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1일 05시 30분


KIA 타이거즈 윤석민(사진)이 어깨와 내전근 통증으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귀국한다. 지난 10년간 KIA 토종 에이스 자리를 양분했던 양현종과 윤석민의 동반 활약은 올 시즌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포츠동아DB
KIA 타이거즈 윤석민(사진)이 어깨와 내전근 통증으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귀국한다. 지난 10년간 KIA 토종 에이스 자리를 양분했던 양현종과 윤석민의 동반 활약은 올 시즌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포츠동아DB
“(윤)석민이 형의 복귀를 보면서 후배가 아닌 한 명의 KIA 타이거즈 팬으로서 가슴이 찡했다. 나와 함께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꿈을 이제는 이룰 수 있을까.”

윤석민(33)은 지난해 6월 2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605일 만에 실전등판했다. 부상으로 신음하던 ‘단짝’이자 선배의 복귀에 양현종(31)은 ‘함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나 양현종의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고, ‘동반 10승’의 오랜 꿈은 올해에도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민은 KIA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진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석민 어린이’라는 별명으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던 그는 어느새 투수 최고참이 돼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15년 30세이브를 거둔 뒤 3년간 기여도가 높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감은 당연했다. 스프링캠프를 앞둔 1월, 류현진(LA 다저스)과 함께 개인훈련을 소화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수술과 재활을 거친 그의 오른 어깨에 내전근까지 말썽을 일으켰다. 결국 윤석민은 11일 귀국, 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보강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몸 상태에 재활 과정까지 감안하면 시즌 초 복귀는 쉽지 않다. KIA 팬들이, 그리고 윤석민과 양현종이 바라던 ‘토종 에이스 원투펀치’의 재회가 다시 미뤄진 셈이다. 2010년대 KIA의 토종 에이스 계보는 윤석민과 양현종이 양분했다. 차례로 리그 MVP를 수상(2011년 윤석민, 2017년 양현종)했을 만큼 리그를 호령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이 동반 활약한 시즌은 없다.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양현종이 데뷔 첫 10승 고지를 넘어서며 팀 우승에 기여한 2009년에도 윤석민은 9승에 머물렀다. 윤석민이 17승,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에 올랐던 2011년에는 양현종이 7승9패, 평균자책점 6.18에 그쳤다. 윤석민이 미국 무대에 건너간 2014년부터 양현종이 훌쩍 성장했다. 윤석민은 2015년 복귀 후에도 선발투수로는 제 모습을 못 보였다. 에이스 배턴을 주고받았던 이들이 나란히 10승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단짝의 동반 활약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물론 KIA의 사정을 감안해도 윤석민의 스프링캠프 중도 탈락은 뼈아프다. KIA는 제이콥 터너~조 윌랜드~양현종까지 3선발을 확실히 구축했지만, 4~5선발은 무한 경쟁 중이다. 베테랑 윤석민이 선발진 한 축을 꿰찬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양현종은 지난해 윤석민의 복귀전을 지켜본 뒤 “석민이 형과 어릴 때부터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겪었다. 존재 자체로 의지가 된다”며 줄곧 1군에서 함께 머물기를 소망했다. 이는 KIA 구단과 팬들의 오랜 기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일시정지 버튼이 눌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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