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시대’ 선포한 오사카에게 세레나 향기가 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7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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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호주오픈 정상 등극
아시아 최초 세계 1위 우뚝
연간 수백억 대박, 코트 퀸 예약

2019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 AP 뉴시스
2019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 AP 뉴시스
세계 여자 테니스에 오사카 나오미(22·일본) 시대가 활짝 열리는가.

오사카는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막을 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서며 ‘오사카 천하’를 예고했다. 오사카는 전날 여자단식 결승에서 2시간 27분의 접전 끝에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를 2-1(7-6<7-2>, 5-7, 6-4) 로 꺾었다.

이로써 오사카는 지난해 9월 US오픈에 이어 메이저 2연속 우승을 이루며 28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1위 자리를 예약했다.

2019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 AP 뉴시스
2019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 AP 뉴시스
일본인 선수가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의 세계 랭킹 1위 등극도 남녀를 통틀어 처음. 또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2015년 윔블던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4년 반 만이다. 오사카는 지난해 US오픈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제압했다.

오사카에 앞서 아시아 출신 메이저 챔피언은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 여자 단식을 제패한 리나(중국)가 있었다. 리나는 이번 호주오픈 시상식에서 오사카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기도 했다.

2019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 AP 뉴시스
2019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 AP 뉴시스
이제 21세 3개월의 나이인 오사카는 20대 초반에 이미 테니스 퀸으로 롱런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동안 테니스 코트를 평정한 윌리엄스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오픈 준결승에서는 서브 에이스로 매치포인트를 장식한 그는 결승에서도 서브 포인트로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고 시속 190km를 웃도는 강력한 서브는 야구에서 특급 투수의 결정구처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서브 에이스 59개를 꽂아 여자 선수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2위인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와는 22개나 차이가 났다.

경기 도중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어 ‘석상(石像)’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멘털로 장점으로 꼽힌다.

정현과 한 이벤트 행사에 참석한 오사카 나오미. 정현 트위터 캡처
정현과 한 이벤트 행사에 참석한 오사카 나오미. 정현 트위터 캡처
오사카의 아버지는 아이티인이며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오사카에서 두 딸을 낳았다. 둘째가 오사카다. 자매 모두 아버지 손에 이끌려 테니스를 시작한 사연은 윌리엄스 자매와 흡사하다.

오사카는 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 테니스 교육을 받았다. 주니어 시절부터 파워 테니스로 무장해 ‘리틀 세리나’로 불린 오사카는 180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가 주무기다. 언니 마리의 세계 랭킹은 300위대.

가파른 상승세로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사카는 돈방석에도 앉게 됐다. 호주오픈 우승 상금은 약 30억 원. 지난해 US오픈 우승 상금을 합치면 2개 대회 우승 트로피만으로 72억 원 넘게 받았다.

호주오픈 시상식에서 활짝 웃는 오사카 나오미. 테니스코리아 제공
호주오픈 시상식에서 활짝 웃는 오사카 나오미. 테니스코리아 제공
스폰서 계약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아디다스와 4년에 연간 850만 달러의 조건으로 용품 사용 계약을 한 그는 요넥스, 시티즌, 일본 WOWOW 방송, 니신 푸드, 닛산, ANA 항공, 시세이도 화장품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오사카의 브랜드 가치는 치솟고 있다. 두 차례 메이저 우승을 통해 검증된 실력에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대표로 뛸 가능성이 높은 오사카는 더욱 주목받게 됐다.

지난해 초 세계 68위로 시즌을 시작한 오사카는 불과 1년 만에 세계 랭킹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오사카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프랑스오픈에 도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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