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속출에 물병 논란까지…바람 잘 날 없던 UAE의 벤투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진수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실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1대 0으로 패했다. 2019.1.25/뉴스1 © News1

부상자 속출에 의무 스태프 교체, 그리고 물병 논란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벤투호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어수선했던 환경을 보면 대표팀의 아시안컵 8강 탈락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한국은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으면서 탈락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준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지난 2004년 중국 대회 이후 15년 만이다.

한국이 UAE에서 보낸 날을 되돌아 보면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벤투호는 지난해 12월 23일 비행기에 올라 아부다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1일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일한 평가전을 치렀다. 하지만 팀 버스 기사가 길을 잘 못 들어 경기 시작을 채 1시간도 남겨두지 않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몸도 제대로 풀지 못했고 기대 이하의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이는 뒤이어 벌어진 일들과 비교할 때 그저 작은 해프닝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하루 앞두고 나상호(FC도쿄)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고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대체 발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벤투호 부상 악령의 시작이었다. 한국은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대표팀 의무팀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함께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의무 스태프 1명, 대회 도중 의무 스태프 1명이 교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축구협회의 행정력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커졌다. 이에 김판곤 축구협회 부회장은 직접 취재진과 만나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과의 3차전에서 발생한 이승우의 물병 논란은 또 다른 논란으로 번졌다. 이승우는 2-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자신을 교체 출전시키지 않은 벤투 감독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물병을 찬 뒤 정강이 보호대를 집어 던졌다. 팀 분위기를 헤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어 ‘축구협회가 이승우의 출전을 벤투 감독에게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축구협회는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벤투 감독의 모든 결정을 존중하고 최선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표팀의 분위기는 동요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청용(보훔)이 개인사를 이유로 잠시 한국에 다녀오고 김민재(전북)가 베이징 궈안(중국)으로 이적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선수 개인을 향한 비난이 일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벤투호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표팀 맏형 이용(전북)은 8강전에서 떨어진 뒤 “대표팀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안 좋은 이야기가 밖에서 나오니까 선수들이 힘들어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2006년 이탈리아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리피 감독은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빼어난 선수들보다 정신력이 중요하다”면서 “팀으로 뭉쳐 높은 집중력으로 대회 내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벤투호는 주변 환경 때문에 경기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8강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부다비(UAE)=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