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사의 증거, 스틸야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5시 30분


한국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 ‘스틸야드’의 개장 기념 경기(왼쪽)와 당시 신문기사. 사진출처|포항 스틸러스 공식 홈페이지
한국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 ‘스틸야드’의 개장 기념 경기(왼쪽)와 당시 신문기사. 사진출처|포항 스틸러스 공식 홈페이지
축구경기장은 축구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기장에는 역사와 기억, 전통이 머문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는 아직도 1966년 월드컵 우승의 환호성이 들리고, 미네이랑의 경기장은 아직도 2014년의 비극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경기장이 존재한다. 바로 포항 스틸러스의 홈 ‘스틸야드’다. 스틸야드는 한국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이다. 1992년 11월 스틸야드가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의 모든 홈구장은 종합운동장이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는 늘 육상 트랙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스틸야드는 관전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다. 꼭대기에서도 30m 내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고 어디서든 선수들이 공을 차고 몸을 부딪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경기의 역동성과 생생함을 관중들이 더욱 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반대로 선수들도 관중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포항제철은 홈 팬들의 응원 덕에 더욱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원정팀들은 압도적인 관중들의 압박감에 당황했다.

국내 최초 전용구장의 탄생은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축구사랑 덕분이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실업축구팀을 만들었고, 프로팀으로 전환할 때도 선수 영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그는 전용구장 건립이 프로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첫 단계라 확신했다. 한국에 전용구장이 있어야 축구가 발전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팀이 전용구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틸야드의 특수성이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스틸야드만의 역사가 남아있다. 1995년 일화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골을 넣고 철조망에 매달려 포효하던 황선홍은 2012년 포항의 감독으로 돌아와 FA컵 우승을 확정짓고 다시 철조망에 매달리며 그때의 감동을 재현했다. 스틸야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서빈 대학생 명예기자 smallb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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