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양현종, 올림픽 金을 꿈꾸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3일 05시 30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박병호(왼쪽)-양현종. 사진제공|KBO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박병호(왼쪽)-양현종. 사진제공|KBO
8월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구장. 1-2 패배로 끝난 대만과의 조별리그 경기를 끝내고 버스로 돌아가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어쩌면 야구공을 처음 잡은 이후 가장 굴욕적인 패배감을 느낀 직후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는 의연했다. 지원 스태프와 취재진에게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성큼성큼 불 꺼진 통로를 걸어 나갔다. 야구는 개인 종목이 아니다. 박병호는 그 누구보다도 패배가 분했겠지만 그 순간에도 듬직한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박병호는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이뤘다. 성실함과 바른 인성에 대한 칭찬은 끊이지 않는다.

야구 선수로 큰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유니폼도 입었다. 아시안게임(AG)은 ‘성가신 순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AG 대표팀은 엔트리 선정 과정에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박병호는 1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단이 그 부분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모두가 AG는 ‘이겨야 본전이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래서 더 꼭 이기고 싶었다. 대만전, 솔직히 안일했다.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솔직한 말이었다.

힘든 여정을 마쳤지만 박병호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말했다. “꼭 뛰고 싶다.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국가대표는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이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6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된 양현종(30·KIA 타이거즈)은 2010광저우대회를 시작으로 3회 연속 AG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른 종목이었으면 큰 화제가 됐겠지만 야구이기 때문에 당연한듯 받아들여진다. GBK구장은 잔디 상태가 국내와 달랐다.

불규칙 바운드가 많았고 조명도 어두워 수비에서 실책과 실수가 많았다. 야수의 수비 실책이 나왔을 때 양현종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밝게 웃었다. 8년 전 대표팀 막내 투수는 이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명실상부한 에이스가 됐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양현종의 올림픽에 대한 꿈은 분명했다. “아직 올림픽 마운드에 서보지 못했다. 쿠바 등 야구강국이 참가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AG기간 6경기에서 4홈런 장타율 0.917 OPS 1.383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수촌과 라커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그 숫자를 뛰어넘는다. 대표팀 마운드에서 양현종의 존재감은 이미 대체 불가다.

본선 진출팀을 가리는 내년 11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로 사실상 시작되는 2020도쿄올림픽은 한국야구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한 중요한 무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국가대표의 가치를 알고 헌신하는 4번 타자 박병호와 에이스 양현종이 있어 든든하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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