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뒤엔 박태환 오빠 ‘호흡법 꿀팁’도”

  • 동아일보

혼영 200m 金-400m 銀 김서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개인혼영 200m, 4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수영여제’ 김서영이 
양팔에 메달을 들고 접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서영은 “초반 접영, 배영에서 치고 나간 뒤 평영, 자유형에서 버티는 전략을 
썼는데 잘 먹혔다”고 말했다. 수원=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개인혼영 200m, 4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수영여제’ 김서영이 양팔에 메달을 들고 접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서영은 “초반 접영, 배영에서 치고 나간 뒤 평영, 자유형에서 버티는 전략을 썼는데 잘 먹혔다”고 말했다. 수원=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박)태환 오빠가 사준 밥도 먹었어요(웃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수영 개인혼영 여자 200m와 4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세운 김서영(24·경북도청)은 26일 귀국해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평소 가장 먹고 싶었다던 햄버거를 원 없이 먹고 친구들과 함께 네일 케어도 받았다. 28일에는 자신의 우상인 ‘마린보이’ 박태환(29·인천시청)과 저녁 식사도 함께했다. 김서영은 “아시아경기 이후에 밥 먹자는 약속을 했는데 태환 오빠가 시간을 내줬다. 수영할 때 호흡법 등 많은 조언을 해줬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정말 고마운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은 많은 수영 선수들의 우상. 비록 이번 아시아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후배들의 조력자 역할을 자청했다.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근력을 키운 김서영이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는 걸 보고 “호흡할 때 힘이 들어간다. 힘을 빼고 숨을 쉬면 훨씬 쉬워진다”는 등 조언을 해줬고 김서영에게 도움이 됐단다.

김서영의 어린 시절 모습. 김서영 제공
김서영의 어린 시절 모습. 김서영 제공
김서영은 5월 열린 제90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200m에서 1분58초68을 기록해 2017년 이의섭(19·파이크스빌고)이 세운 한국기록(1분58초64)에 근접할 정도로 자유형 기록이 좋아졌다. 이지선 경북도청 코치는 “개인혼영에서 자유형 기록이 더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자유형에서 버텨주는 힘이 생겨 장기인 접영, 배영에서 자신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400m에서도 자유형에서 잘 버텨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자카르타 현지에서 김서영의 개인혼영 400m, 200m 예선을 모니터한 뒤 주의해야 할 점도 전해줬다.

김서영의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는 “박태환처럼 김서영도 있다고 기억되게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획득한 뒤 휴가를 받았지만 매일 오전 경기 수원 집 근처 경기체고 수영장을 찾아 물에 몸을 맡기며 감각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현재 김서영의 개인혼영 200m 최고 기록은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세운 2분8초34. 올시즌 세계 3위 기록이다. 세계기록(2분6초12)과 올림픽기록(2분6초58)엔 뒤지지만 최근 김서영의 상승세라면 기록에도 근접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코치는 “올해 세계에서 2분8초대 이내를 끊은 선수가 서영이를 포함해 3명이다. 2분7초대에 들어서면 동메달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영이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부상 관리.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각광받았지만 고등학교 때 어깨를 다치면서 주춤했다. 김서영은 경북도청에서 만난 ‘김서영 전담팀’ 덕분에 어깨 부상을 떨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김서영의 진심 어린 한마디에 스승인 김인균 감독이 경북도청에 요청해 전담팀이 구성됐다. 경북도청 선수 출신의 이지선 코치, 국가대표팀 출신 안무진 트레이너가 합류했다. 전담팀이 훈련 과정과 대회 준비 과정 등을 맞춤형으로 관리해주면서 어깨 부상을 털어낼 수 있었고 기록 행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저만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전담팀이 없었다면 금메달도 없었어요. 저에겐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아직 도전들이 남았어요. 선생님들과 함께해 행복해요. 그러고 보니 쉴 만큼 쉬었네요. 앞으로 또 수영만 해야죠. 하하.”

병원에서 몸 상태를 체크하는 등 김서영은 쉬는 날에도 더 높이 날기 위해 물 아래서 치열하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 / 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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