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결승 한일전’ 팀 김학범호, 기억하라! 부숴라! 제압하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31일 05시 30분


‘남은 것은 숙적 일본 뿐!’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선 남자 축구대표팀은 9월 1일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전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남은 것은 숙적 일본 뿐!’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선 남자 축구대표팀은 9월 1일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전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통산 5회, 2회 연속 아시안게임(AG) 정상까지 이제 딱 한 걸음 남았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피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2018자카르타-팔렘방AG 남자축구 결승전을 펼친다.

한일전.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동기부여다. 주사위 게임, 가위바위보까지도 져선 안 된다는 일본과의 마지막 승부. 2018러시아월드컵을 경험한 태극전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우리가 한 수 위 전력으로 꼽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말레이시아와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한 ‘반둥 참사’의 기억이 바로 엊그제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끝까지 집중하겠다. 계속 정신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운명의 킥오프 휘슬을 기다리고 있다.

구자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구자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기억하라!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국가대표 에이스가 된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연령별) 국제대회를 마칠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날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동메달은 대단한 감동이었지만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자카르타-팔렘방AG도 다르지 않다. 무대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 순간 함께하는 선수들과 땀 흘릴 날은 최종 훈련일인 8월 31일과 결승 결전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상대 꼭대기에 서느냐, 아니면 은메달에 그치느냐의 차이다.

소집 기간은 길지 않았다. AG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대회가 아니라 선수 차출부터 어려웠고, 이후 조 추첨이 번복되는 등 당황스러운 해프닝도 겪었다. 평가전도 치르지 못해 조별리그 3경기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 그러나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숱한 드라마가 탄생했다. 짧고 굵게, 또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 버스 옆자리 동료와 룸메이트의 얼굴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끝까지 사력을 다해야 한다.

홍명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홍명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바셔버려(부숴버려)!

“저런 상황이 오면 바셔버려!” 런던올림픽 3·4위 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단 미팅을 진행하던 홍명보(49)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이 제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지극히 평범한 공중 볼 경합 장면 영상을 멈춰놓고 던진 비속어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상대를 요리하고 기 싸움을 주도하라는 얘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의 준비가 잘돼야 하고, 또한 상대에 따른 맞춤형 대응법이 있지만 일본은 좀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이 결승전이다. 유소년부터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와 공수 볼 전개를 자랑하는 일본이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한다. 팽팽한 접전이 이뤄질 때, 앞서고 있을 때, 먼저 리드를 내줬을 때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플랜 B·C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피지기’에 능한 김 감독도 이미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상대 분석도 일찌감치 끝났다. 일본선수 개개인의 특성도 체크했다. 남은 것은 그라운드에서 자신 있게 경기를 풀어가는 일이다.

● 제압하라!

자카르타-팔렘방AG에 출격한 일본대표팀은 2년 뒤 자국에서 개최될 2020도쿄올림픽을 겨냥해 꾸려진 자원들이다. 과거 홍명보호가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단계로 2019 U-20 월드컵에 출전한 멤버들을 위주로 2010광저우AG을 경험하도록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각급 무대에서 꾸준히 마주칠 상대다. AG 김학범호에도 도쿄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어린 선수들이 꽤 있다. 일본의 올림픽 금빛 프로젝트에 상처를 안길 필요가 있다. 이미 상대는 겁을 먹고 있다. 일본 축구계와 언론들은 자국 대표팀이 21세 이하 프로 초년생·아마추어 위주로 꾸려졌다며 밑져야 본전, 은메달에도 만족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승리가 중요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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