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팬심, 감독 잃은 수원 삼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8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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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팬들의 어긋난 ‘팬심’이 화를 불렀다.

수원 삼성은 28일 “서정원(48) 감독이 27일 최근 성적에 대한 책임감 및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수원 구단은 사임 의사를 밝힌 서 감독을 수 차례 만류했지만, 본인 의지가 매우 강했다. 단순히 성적 부진으로 인한 사퇴라고 생각하기에는 사유가 분명하지 않다. 수원은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에서 25경기를 치러 11승6무8패(승점39)로 4위에 올라 있다. 12일 울산 현대(0-1패), 15일 FC서울(1-2패), 19일 전남 드래곤즈(4-6)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해 부진에 빠졌지만 25일 2위 경남FC에 1-0의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적극적인 선수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고 부상자도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구단은 선수 보강 등 서 감독의 요청에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수원의 사정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서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출전 폭을 넓히는 등 있는 자원 안에서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 감독이 사퇴를 결심한 데에는 어긋난 팬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팬들은 수원이 패한 경기에서 서 감독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 감독 지인에 따르면 수원 팬들은 오래전부터 서 감독 아이들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까지 욕설을 남겨 마음에 상처를 안겼다. 서 감독의 측근은 “가족들은 행여나 서 감독에게 영향을 줄까봐 이를 숨겨왔다. 그러나 최근 서 감독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사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도를 넘은 팬심이 감독 사퇴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수원은 제일기획 사장까지 면담에 나서서 말렸지만, 서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13년 수원 사령탑에 오른 서 감독은 2014, 2015년 K리그1 준우승, 2016년 FA컵 우승 등의 성과를 일궈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일단 수원은 서 감독 없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 감독의 사퇴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수원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를 상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 나선다. 28일 기자회견에는 이병근 코치가 참석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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